‘최대 규모’ 영국, 잼버리 철수 결정…다른 나라들도 술렁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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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영국 스카우트, ‘폭염’ 잼버리 행사장 철수…호텔로 이동”
학부모 항의 쇄도…‘외교 문제’로 번질 우려까지
8월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8월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영국이 ‘폭염’으로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캠프에서 자국 스카우트 대원 4500여명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전날 여성가족부 차관은 “철수한 국가는 없다”고 발표한 지 만 하루 만이다. 최대 규모 참가국인 영국이 방을 빼면서 잼버리 야영지 내부가 술렁거리고 있다.

4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영국이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에서 호텔로 이동시킨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에서 가장 많은 스카우트 대원들을 파견했다. 영국 스카우트는 호텔에 머물다 당초 계획대로 오는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최대 규모 영국의 철수 소식으로 다른 나라들의 ‘줄 철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각국 참가자와 학부모들의 불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쇄도하고 있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영국 외교부는 전날 주한 영국대사관에 근무 중인 자국 영사들을 새만금 현장에 급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진 뒤 온열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와 항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이번 잼버리 행사엔 세계 158개국의 4만3000여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낮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현장에선 두통·어지러움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참가자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도 확산하고 있어 일부 참가자들이 퇴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는 오는 12일까지 진행 예정이라 8일이나 남은 상황인데, 영국의 철수 소식으로 다른 참가국의 추가 철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각국 주한 대사관에는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폭염과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과 위생‧매점 폭리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각국 정부는 자국민 안전을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던 터였다.

특히 참가국 중 유럽의 한 국가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잼버리 운영 관련 우려가 담긴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져 향후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홈페이지 상단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제목으로 관련 제보를 받는 별도 코너까지 개설한 상태다.

새만금 대회 현장 밖에 대체 수용 시설을 찾는 국가도 나타났다. 주한미군은 1일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미국 스카우트 700여 명을 위해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 내에 임시 숙소를 제공했다. 폭염, 화장실 위생, 배수시설 미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간이침대와 전투식량을 미국 스카우트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리스 대사관‧아일랜드 대사관 등도 외교부와 접촉해 스카우트들을 수용할 시설 및 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에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 69억원을 의결했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냉방 대형 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하는 냉장·냉동 탑차 무제한 공급을 긴급 지시했다. 행안부도 지난 3일 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히 지원했다.

이처럼 정부가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잼버리 행사에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해 전세계적인 항의가 쏟아진 이후여서 늦장 대응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행사 개최 전 여러 차례 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현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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