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나라로 가” 뉴욕 지하철서 10대 흑인, 한국계女 가족 공격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8.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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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부인·상황 촬영한 목격자 폭행
NYPD “인종 차별에 기반한 혐오범죄”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계 가족에 폭력을 행사한 흑인 소녀 수배에 나선 뉴욕경찰(NYPD) ⓒ NYPD X(트위터) 캡쳐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계 가족에 폭력을 행사한 흑인 소녀 수배에 나선 뉴욕경찰(NYPD) ⓒ NYPD X(트위터) 캡쳐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10대 청소년이 아시아계 승객을 모욕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현지 시각) CBS 뉴욕방송과 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경찰(NYPD)은 지난 6일 뉴욕 지하철 열차 내에서 아시아계 여성과 또 다른 승객에게 폭력을 행사한 흑인 소녀를 수배했다.

수 영(51)이라는 이름의 피해 여성은 남편, 쌍둥이 딸과 함께 네바다주(州)에서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부인 수 영은 한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은 열차 건너편 좌석에 앉은 10대 소녀 3명이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영은 “그들을 바라보자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며 “나도 그들의 행동을 정확히 따라 하며 웃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소녀들은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편 켄 영이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 있겠나”라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들의 위협은 계속됐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차량에 탑승한 승객 조애나 린의 휴대전화에 그대로 녹화됐다. 린은 ‘무슨 일이 생기면 증거로 써야겠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모습이 찍히는 것을 알게 된 10대 소녀 중 한 명이 린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주먹을 날렸다. 이에 수 영이 린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자 10대 소녀는 영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그는 안경이 부서지고, 머리카락이 뽑히는 등 피해를 봤다.

폭행은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이 정차하자 다른 승객들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하차를 도왔다.

NYPD는 이 사건을 인종 차별에 기반한 혐오범죄로 보고 가해자를 찾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X(과거 트위터)에 린이 촬영한 영상이 퍼지면서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는 분노와 두려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피해자 수 영은 이를 증오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계는 대립을 피하려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소녀들이 그들 가족을 손쉬운 범죄 대상으로 봤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해자들에 대해 “어린 소녀들”이라며 “법 집행을 떠나 우리가 사회 및 공동체로서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들과 흑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분노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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