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내실 다지기, 청년 예술인 일자리 창출부터
  •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8 13: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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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생계 위협받는 청년 예술인들 위해 제도적 보완과 범정부적 대책 절실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필자가 주관한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서 김승수 의원은 K컬처를 바탕으로 한 K콘텐츠의 수출 규모가 124억5000만 달러(약 16조5000억원)로 우리의 수출 효자종목인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수출액보다 많다고 전했다. 축사를 맡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K콘텐츠 수출은 한국의 수출 전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우리 정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편향된 문화예술계 지원 바로잡아야 

K컬처의 부흥은 한국 젊은 대중예술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넓게는 수천 년 역사의 기초 위에 자라고 다듬어져온 한국 문화와 예술혼에서 비롯됐다. 대중예술을 위시한 K컬처가 ‘기본과 응용’이란 순수예술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순수예술이 튼튼해야 그 위에 수많은 콘텐츠가 새롭게 만들어져 쌓이게 되고, 결국 이것이 문화 강국으로 가는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순수예술은 그 중요성에도 중대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세대, 즉 청년 예술가들이 활동 무대를 잃고 생계마저 위협받는 현실이다. 이들은 나날이 커지는 실업 위기와 성공한 1%에게만 환호하는 사회적 시선 속에 매일같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청년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래 청년예술세대는 등잔불 밑의 그늘처럼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부유하고 있다. 지난 정권기 정치적 카르텔에 의한 이른바 ‘알박기’로 기초예술 지원이 편향돼 있었던 것도 자주 지적된 사실이다. 이는 소외된 순수 문화예술계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보편적 문화복지라는 미명하에 재능과 소질을 가진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이른바 ‘수월성 예술’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극도로 약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정책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몇 가지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리더들이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제공 제공<br>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리더들이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 청년예술세대 일자리 창출과 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제공 제공

 

전공자들의 행정 참여 위한 예술 행정고시 필요 

첫째, 예술을 전공한 청년 세대들의 전문적인 행정 참여를 위해 별도로 예술 행정고시 제도가 필요하다. 미래 청년예술세대의 사정과 니즈를 잘 아는 행정가를 뽑고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에 문화예술 전문 행정가는 태부족한 현실이다. 문화예술 공연장 업무는 행정직 공무원들의 문화회관 순환 보직 구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60% 이상이다. 필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행정직 한 명을 본청에 보내고 그 자리에 문화예술 전문 기획자를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건의를 받아들인 일부 지자체에서 예술 전공자가 문화예술 공연 기획을 맡게 됐고,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몇몇 지자체장의 결단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힘들다. 예술 행정고시 등 제도가 보완된다면 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행정력 상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둘째, 전국적으로 국공립 예술단체를 확장하고 신설해야 한다. 시립과 군립 예술단이 더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젊은 예술가들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정년 제도 개편과 직업전환제 신설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국공립 예술단체 대다수가 정년을 보장하고 있어 신규·경력 채용이 얼어붙어 있다. 정년에 가까운 고령이 결코 흠이 될 순 없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로서 기회 균등 측면에선 비효율적인 면이 큰 게 사실이다. 예술단체의 예술성과 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공립 예술단체에 오디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정년제를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 청년 예술가들이 들어올 수 있다. 직업전환제도는 정년을 맞은 예술가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완충 장치다. 이들이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카데미 강사나 예술행정 업무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셋째, 모든 국공립 예술기관에 국가공무원직렬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국립예술기관에는 국가직렬제 스태프가 있는데, 지방직엔 없다. 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은 무대·음향 어시스턴트 등 기술직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각 지방 예술기관에서 임명직 감독이 바뀌면 스태프가 물갈이되는 등 직업 안정성은 물론 업무 연속성에도 문제가 생겨난다. 공무원직렬제를 신설해 문화예술 공연 업무의 연속성과 직업 안정성을 담보한다면 분명 좋은 정책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넷째, 문화예술인의 부채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 청년예술세대의 신용불량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문제 해소 노력이 일반적인 생활인의 신용불량에 대해 국가가 취해온 방식의 재판(再版)이 되어선 안 된다. 문화예술인들이 순수한 창작활동 중 짊어진 빚을 덜어주는 문제를 ‘K컬처의 미래를 책임질 떡잎’에 대한 지원이란 시각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로도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새로운 시대를 젊은 예술가들이 열어가고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K컬처는 국가의 미래 자산이기도 한 만큼 순수 문화예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미래 청년예술세대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범정부적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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