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제 청년실업률, 46.5%”…절반이 사실상 백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9 10: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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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기준…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조사 결과
시진핑 지지 기반을 뒤흔드는 청년 취업난에 당국은 ‘쉬쉬’

7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25명의 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권력집단이다. 그렇기에 회의는 시 주석이 직접 주재했다. 회의 석상에서 논의됐던 주요 내용은 이날 저녁에 공개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핵심 논의 대상 중 하나는 청년층의 취업 문제였다. 중앙정치국은 청년의 ‘취업 안정’을 전략적인 고도의 고려 대상으로 승격시켰다. 즉 청년 취업난이 중국 당국이 해결해야 할 주요 국가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8월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는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
8월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취업박람회는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AFP 연합

“낮은 임금을 줘도 일하겠다는 대졸자가 널렸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듯, 올해 중국 청년실업률은 계속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1월 17.3%, 2월 18.1%, 3월 19.6%, 4월 20.4%, 5월 20.8%였고, 6월에는 21.3%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의 학교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고 7월에 졸업한다. 따라서 이전에는 학기가 진행되고 졸업 예정자의 사전 취업이 이뤄지는 4~6월에는 실업률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7월에 1158만 명의 대학생이 졸업해 취업 전선에 새로 합류했다. 위기감 때문인지 8월15일 중국 당국은 7월 청년실업률부터 공개하지 않는다고 돌연 발표했다.

7월20일에는 더욱 놀라운 분석 결과가 나왔다. 장단단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월 기준 중국 청년의 실제 실업률은 46.5%에 달했다. 장 교수는 인터뷰에서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躺平)족’과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으로 지내는 청년이 엄청 많다”면서 “이러한 부류까지 실업자에 포함시키면 당국의 발표치를 훨씬 웃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일할 의사가 없거나 가사를 하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비노동력’으로 규정해 실업자 통계에 넣지 않아 생긴 간극이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 청년 취업난의 현실은 어떨까? 중국과 서구 언론의 보도를 취합해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6월말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에서 한 명의 행정직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는데, 세계적인 명문대 석·박사 224명이 몰렸다. 이들의 출신 대학 면면을 보면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상하이교통대뿐만 아니라 영국의 왕립대와 맨체스터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이었다. 각각 두 명을 모집하는 재무와 법률 분야에는 413명, 582명이 응시했다. 모두 석사 학위 소지자 이상으로 학력을 제한했음에도 너무 높은 경쟁률이었다.

같은 시기 산둥대가 모집한 기숙사 관리직원 2명에 하얼빈공대와 호주 애들레이드대 석사가 응시해 합격했다. 관리직원은 기숙사 내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하얼빈공대는 중국 이공계 대학 중 최상위권이고, 애들레이드대는 1874년 설립된 호주의 국립 명문대다. 명문대 출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많은 대졸자는 응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사정이 급한 대졸자는 하향 지원에 나서고 있다.

7월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가사 노무회사에서 일하는 중국 대졸자들의 실태를 보도했다. 한 대졸자는 수습 기간의 일환으로 30일 일정의 훈련 과정을 밟았다. 이 기간에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훈련을 받으면서 월 2000위안(약 36만원)을 벌었다. 수습을 마치면 매월 2500위안(약 45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이렇게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가사 노무에 뛰어든 이유는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다. 탕핑족이나 캥거루족으로 지내고 싶어도 부모의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해 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쉬운 일부 이공계열과 의대, 전문직 관련 학과로의 쏠림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6월말 중국 대학입시 정보 서비스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컴퓨터과학·법률·의학·인공지능(AI)이 선호하는 전공 1~4위를 차지했다. 그에 반해 인문사회계열은 외면을 받고 있다. 7월초 수천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입시 전문가 장쉐펑이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수험생 부모들과 상담했다. 한 부모가 “아이가 언론학을 전공하려 한다”고 얘기하자 장쉐펑은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언론학·철학·역사학 등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 언론학과 교수들은 “대학을 오로지 실용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언론도 장쉐펑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정반대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하루 동안의 결과는 장쉐펑이 3만9000여 명의 지지를 받은 반면, 언론학 교수들은 2000여 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청년 취업난의 후폭풍이 기존 봉급생활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대졸자들이 사무직에서는 저임금을 감수하고 단순 노무직까지 뛰어들면서 전체 임금 수준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7월28일 로이터통신은 “여러 지방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임금 삭감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매출 감소에 직면한 기업·학교·병원 등은 급여를 깎았고, 빚에 허덕이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사용자 측은 삭감을 통보하며 “낮은 임금을 줘도 일하겠다는 대졸자가 널렸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7월26일 워싱턴포스트는 “일용직 노동 현장에 고학력 청년이 뛰어들면서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공과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농민공은 인터뷰에서 “일거리를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고, 임금은 5년 전보다 낮은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일자리 못 구한 청년들 들고일어날 수도”

이렇듯 청년 취업난이 연쇄적인 나비효과까지 일으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대응해 왔다.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내려가 현대화를 도모해 도농 격차를 줄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시진핑 주석이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직접 주문한 내용이다. 따라서 올해 들어 지방정부는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청년들은 IT·부동산 등 도시에 기반을 둔 업종의 일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산업의 취업 사정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그동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왔던 빅테크(거대 IT기업)들은 2020년 말부터 중국 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가하면서 지난해부터 기존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하고 있다. 이는 부채 문제로 경영난에 빠져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내내 중국 당국은 혹독한 도시 봉쇄를 펼치면서 경기를 침체에 빠트렸다. 이런 현실로 인해 일부 외신은 “일자리를 잃거나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 분노해 들고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을 지지하고 애국주의에 열광했던 중국 청년들에게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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