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과학 버무려 생로병사 바라본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0 11: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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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 조명한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서는 의료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 병을 고치고 회복시키기 위해 사망 즉시 환자를 냉동보존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장기와 조직을 인공물로 대체해 신체 기능을 확장시킨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출현도 지켜보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뇌마저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정신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포스트휴먼 등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바라보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고, 신체와 마음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날이 온다면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최근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를 펴낸 전주홍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이 불러올 충격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과학의 발전사를 인문적 시선에서 더 넓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얼마나 수많은 논쟁의 과정을 거쳐 성립된 것인지 살펴보며 혜안을 얻자는 것이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전주홍 지음│지상의책 펴냄│288쪽│1만8500원

역사와 철학, 예술이 교차하는 생명과학 이야기

“물론 과학 발전은 인간의 삶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확실히 검증되기 전인 과학 이론이나 기술이 남용돼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던 사건도 역사에는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지금껏 이해해온 ‘생명’의 정의를 뒤흔들 법한 놀라운 발견들은 기존 세계관과 충돌을 일으키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2018년에는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를 변형한 아이가 태어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으며,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는 100일간 냉동 보관했던 쥐의 신장을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도 발표됐다. 생명과학의 발전은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인데, 발전한 기술이 초래할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 교수는 지적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는 훌륭한 해부학자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간의 나체 골격을 설계하고 힘줄, 신경, 뼈, 근육의 구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부는 이단적 행위가 아니라 신의 작품을 잘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발견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에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창조주께서 그런 탁월한 수단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고 자신의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다.”

해부학의 발전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장기는 오늘날 장기 이식 기술이 발전하며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5년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질병을 바라보던 관점을 뒤집은 계기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도 탄생했고, 생명과학의 발전 과정은 그 발견을 둘러싼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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