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70살 근로기준법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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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일하는 사람 기본법’ 발의…프리랜서·플랫폼종사자도 ‘근로자’ 포함
“강산 7번 바뀔 동안 ‘근로자’ 포용 범위는 그대로…노란봉투법과 함께 추진”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타다(차량호출 서비스)’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프리랜서 A씨 등은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2019년 타다의 감차조치에 따라, 타다 운영사의 모회사였던 ‘쏘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A씨 등은 “우리는 사실상 쏘카의 근로자인데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A씨 등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가깝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법원에선 “타다 운전기사가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끝내 A씨 등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일흔 살이다. 1953년 제정된 후 70년이 흘렀다. 해당 기간 사회의 근로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디지털화에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영방식의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새 유형의 계약방식·고용관계를 통한 일자리가 많이 등장했다. 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자영노동자는 물론, 플랫폼 노동자 등 프리랜서들도 전국 78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다만 70살이 된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들을 ‘사용자-근로자’ 관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자 보호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당해고나 임금·대금 체불 문제가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현행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돼왔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역에서 플랫폼 노동에 정당한 노동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역에서 플랫폼 노동에 정당한 노동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터’ 개념 폭넓게 규정, 근로복지 사각지대 해소”

국회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8일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기본권을 보장받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법의 명칭 속 ‘일하는 사람’도 고용 상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일터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이 직접 일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으로 규정됐다.

해당 법안은 ‘일터’에 대한 개념도 작업장을 포함해 이동하는 장소, 온라인 등으로 폭넓게 규정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은 법을 통해 ▲성·국적·신앙·혼인·임신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투명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1년에 15일 이상 쉴 권리 ▲작업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며 위험시 작업을 중지한 권리 ▲사회보험에 가입할 권리 ▲플랫폼기업 등에 자기 정보를 요구할 권리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의 권리 ▲성적 자기결정의 권리 등을 보호받게 된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 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을 제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근로기준법이 제정 70주년을 맞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한계는 무엇인가.

“70년이면 강산이 7번 변하는 시기다. 1953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공장에서 1대1 관계로 근로계약서를 맺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맞는 법이다. 실제 노동 현장에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존재하는데 그들을 근로기준법이 다 포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된 자본주의 시장을 반영하고 노동자들을 포괄 정의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일하는 사람 모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나온 바 있다. 해당 법안과의 차별 지점은 무엇인가.

“저희는 종속이 돼 있는 1인 자영업자도 일하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일터’라는 개념도 적용해서 재택 근무하는 프리랜서나 배달 노동자들의 일터까지 모두 개념을 포괄시켰다.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곧 다 일터인 셈이다. 또 일하는 사람 정책조정심의위원회라는 것도 설치해 관련 정책을 생산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지 알고리즘’을 비롯해 자신의 근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통과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 것인가.

“타다 노동자들도 새로운 산업을 통해 출연한 대표적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근로기준법으로는 보장받지 못했지만 실제 라이더 유니언처럼 노조는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한 투쟁은 투쟁대로 진행하고, 일하는 시민 기본법을 통해 최저임금 적용을 비롯한 근로기준법상 사회보장제도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의당에서 추진하는 노동 법안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나.

“정의당에서 추진하는 신(新)노동법은 총 3가지다. 먼저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근로기준법을 뛰어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거다. 다음으로 노사대등의 원칙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해 노사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노조법이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과, 어떤 기업에 있더라도 동일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한 ‘산별교섭 지원법’이다. 유럽의 노동운동이 이뤄낸 평등과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는 이런 산별교섭에 기초해있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모든 일하는 시민들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하청 노동자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노동3권을 보장해 권리를 지키고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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