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채 상병 의혹에 “확신 갖고 결재한 것 아냐…외압 없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1 17: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출석
“채 상병 사건, 특정인 제외 지시한 사실 없어”
이종섭 국방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후 바로 다음날 번복한 것과 관련해 “결재할 때 (혐의 등에)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외압은 없었다”고 21일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관련한 의혹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장관은 “7월30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 혐의자로 판단했고, 이를 국회와 언론에 설명하겠다고 보고했었다”며 “저는 당일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보고서에 결재했고, 다음날 보고받은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 언론 설명 취소와 경찰 이첩 취소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7월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부터 초급간부까지 총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 결재했다. 하지만 다음날 돌연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해 대통령실 등 윗선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장관은 “그날(결재일)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에 대해 다음날 다시 결심하고 좀 더 검토해봐야겠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재검토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한번 사인해도 바로 다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 20시간 만에 다시 법리 검토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냐”고 묻자 이 장관은 “그렇다”며 거듭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왜곡이나 축소, 은폐, 외압 의도는 없었다”며 “요즘이 수사 결과 보고서가 은폐되는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결재하고 번복한 적이 많느냐”는 송옥주 민주당 의원 질문엔 “결재할 때도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며 “전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을 포함해 그 누구도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특정인만 포함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특정인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임 사단장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종섭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사실을 강조하며 그를 혐의자에서 제외시키려는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여당은 이 장관 엄호에 나서며 민주당의 이 같은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군의 수사기록을 참고해 수사를 해서 책임 범위를 경찰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외압을 행사해 누구를 빼고 했다는 의혹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진행도 안 된 상태에서 특검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경찰단계에서 수사가 제대로 돼 국민 의혹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며 야당의 특검 주장을 일축했다.

채 상병은 지난달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작전에 동원됐다가 사망했다.

국방부는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박 대령이 항명하고 이첩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박 대령은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들은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이 과정에서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대대장 이하로 과실 혐의자를 축소하란 요청을 받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이 요청이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의미였다고 보고 있다.

사건을 조사하던 국방부 조사본부는 결국 21일 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서 혐의를 적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서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