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재판 공전’ 배후가 親明? 벼르는 非明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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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사임’ 이화영 재판 공전…檢 “조직적 사법 방해”
비명계 일각서도 ‘재판 외압’ 의심…“민주당스럽지 않은 대응”

이른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재판이 공전하는 모습이다. 사건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실질적 변론을 맡아 온 법무법인 해광이 사임하면서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조직적 사법 방해’를 의심하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도 재판 공전의 배후로 친이재명(친명)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세어 나온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시 ‘이재명 체제’에 금이 갈 것을 우려, 당내 특정 세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가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진도 못 빼는 이화영 재판…재판부도 ‘한숨’

그간 이 전 부지사는 법무법인 해광에 ‘재판 전략’ 전권을 일임했다. 기록상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 현근택 변호사 등 2명과 법무법인 호원이 있지만, 이들 변호인은 그동안 실질적 변론에 참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아내가 돌연 ‘해광 해임’을 주장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재판 방청을 온 이 전 부지사 아내는 해광과 검찰의 유착 등을 의심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변호사한테 놀아났다” “답답하다. 정신 차려라”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해광은 전날(21일) “이 전 부지사 부인이 계속해서 (해광이 변론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사실이 아닌 말로 변호사를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신뢰 관계에 기초한 정상적인 변론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지사는 이날 홀로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이 공전하자 재판부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다. 재판부는 더 이상의 재판 지연은 안 된다며 직권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 선임하기로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인신이 갇힌 상태에서 가족과 변호인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며 “사건이 워낙 복잡해 변호인단을 다시 설득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기회를 다시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측은 외부 세력에 의한 ‘조직적 사법방해’가 의심된다며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당부했다. 재판에 출석한 박상용 검사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변호인 사임 논란)은 단순히 피고인과 가족 간 불화나 견해차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사법방해 행위가 아닌지 상당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도 민주당 내 친명계가 이재명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이 전 부지사의 ‘입’을 봉쇄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역시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라는 의심에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화영 전 부지사로서는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언과 물증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민주당이) ‘쟤(이화영 전 부지사)는 검찰의 압박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외치는 작전을 짰는데 이게 법정에서 통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검찰과 재판부를 압박하는 전형적인 사법 방해”라고 지적했다.

 

‘사법 불신’ 멈춰라…증폭되는 비명계 불만

검찰이 주장하는 ‘민주당 재판 방해설’에 민주당 지도부는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0일 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집착 증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쌍방울 관련 검찰의 짜맞추기식 선택적 수사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쌍방울 재판’을 바라보는 민주당 내 시선이 모두 이와 같지는 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비이재명(비명)계 인사들은 검찰의 과잉 수사를 규탄하면서도, 이 전 부지사를 겨냥한 검찰의 ‘회유 시도’는 섣부른 의혹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의 ‘조작 수사’를 의심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입장과는 분명 궤가 다른 시각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검수완박’ 이후 검찰은 ‘민주당 조사 특위’처럼 활동하고 있다”며 “검찰의 과잉 수사에는 당이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을 불신하는 것과 대한민국 사법 제도를 불신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며 “거짓 증거나 증언을 (검찰이) 만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방송에 나가 그 의혹을 팩트(사실)처럼 규정하는 것은 우리가 비판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중도 성향의 민주당 한 의원은 “검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민주당스럽지 않은 모습”이라고도 지적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수사팀’ 명단을 공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이 대표 수사팀 명단을 공개했었다.

한편, ‘쌍방울 수사’가 친명계와 비명계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9월 중 이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면서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시 ‘투표 거부’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지만, 비명계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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