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한자 표기하고 자막으로 ‘허구’ 안내…《곤지암》은 그대로 개봉
살인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강력히 대응하고 나섰다. 원주시는 24일 제작사 측에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인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과 영월군 수주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영화 《치악산》은 ‘치악산’을 제목으로 삼고, 괴담인 ‘18토막 살인사건’을 주 내용으로 다뤘다. 영화의 소재인 18토막 살인사건은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미스터리 괴담으로, 40여 년 전인 1980년 치악산에서 토막이 난 시체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경찰에 따르면, 18토막 살인사건은 괴담일 뿐 사건이 발생한 기록 자체가 없어 사실무근이며, 모티브가 될 만한 사건도 없다고 전해졌다.
원주시는 영화 제목 변경과 함께 영화 도입부에 ‘실제가 아닌 허구’, ‘지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문구를 넣는 것을 요구하면서 이미지 훼손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원주시는 영화의 충격적인 내용이 관광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을 줘 치악산을 찾는 관광객 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한우, 복숭아, 배, 사과 등 지역 고유 상품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도 영화에 실제 지명을 사용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 경기 광주시에 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 《곤지암》(2018) 등이다. 《곡성》은 한 마을에 외지인이 찾아오면서 의문의 연쇄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과 무속인이 목격자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제목으로 인해 마치 전남 곡성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것처럼 인식되면서 논란이 됐다. 곡성군은 영화제작사와의 논의 끝에 영화 포스터에 곡성군의 한자 지명 ‘谷城’이 아닌, 곡하는 소리라는 뜻의 ‘哭聲’을 병기하도록 하고, 영화 상영 시 자막으로 ‘본 영화 내용은 곡성 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문구를 내보내는 것으로 합의했다.
영화 《곤지암》도 같은 논란을 겪었다. 당시 경기 광주시는 영화 제목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목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영화는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폐업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이 곳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괴기스러운 체험을 주된 이야기로 삼았다.
영화 제목 변경과 관련해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진행되며 논란이 됐으나 배급사는 “제목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영화를 정상 개봉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병원 소유주가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