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한효주·이병헌의 공통점은 ‘건물주’
  • 김면수 아주경제 탐사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2 10:05
  • 호수 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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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셀럽, 그들은 왜 세무조사 타깃이 됐나
페이퍼컴퍼니 통해 건물 매입 후 되팔아 거액의 시세차익 챙기기도

유명 셀럽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주로 주기적(정기적)이 아닌 기획 또는 ‘비정기’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활동 영역이 크게 제한되기도 한다. 세무조사 유형은 크게 몇 가지로 압축된다. SNS 등을 통해 고가의 스포츠카와 명품 등을 자랑하는 유명인들과 부동산 매매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내는 연예인들이 주로 국세청의 표적이 된다. 최근 수년 새 과세 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유명 셀럽들은 누구이고, 이들은 어떤 이유로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을까.

국세청은 최근 배우 권상우와 한효주, 김태희, 이병헌 등을 상대로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이들에게 적지 않은 세금을 추징했다. 우선 권상우의 경우 자신이 세운 법인 수컴퍼니(구 케이지비필름) 명의로 고가의 슈퍼카 여러 대를 보유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월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연예인, 웹툰 작가,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월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연예인, 웹툰 작가,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SNS에 슈퍼카와 명품 자랑했다가 낭패

권상우가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소유한 이유는 각종 세제 혜택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경우 업무 차량에 대해 연간 최대 800만원의 감가상각비와 운행기록부 미작성 기준 최대 1500만원(2021년 이전 10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할 수 있다. 2009년 설립된 수컴퍼니는 권상우와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주식회사임에도 감사나 다른 이사 없이 권씨 단독으로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1인 법인 형태다. 이는 자본금 10억원 미만은 감사 등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상우는 2020년 초 단행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후 논란이 된 차량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이병헌과 한효주도 지난해 말 과세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2020년 4월 일부 연예인이 유령 법인을 세우고,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절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한 방송매체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이병헌과 한효주, 김태희 등 일부 연예인이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한 후 가족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한효주는 2018년 5월 서울 은평구 소재 건물을 법인 명의로 매입했는데, 법인 대표는 한효주의 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인 주소지에는 법인을 운영한 흔적이 전혀 없어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소속사인 BH엔터 측은 당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법인”이라고 반박했지만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한효주는 2017년 한남동에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건물도 5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해당 건물은 2021년 초쯤 약 80억원에 매각해 2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세금폭탄 맞은 연예인들 “회계처리 오류”

이병헌의 경우 2018년 개인과 법인 프로젝트비를 통해 양평동 10층짜리 빌딩을 매입했다가 2021년 매각해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누린 경우다. 부동산임대업체인 프로젝트비는 2017년 9월 설립됐으며, 이병헌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병헌이 해당 빌딩을 매입할 때 법인을 앞세운 것은 부동산 투자에 개인보다 법인이 유리한 점과 절세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이들에게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세금폭탄을 맞은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고의적 탈세가 아니다. 회계처리 오류(?)로 인한 단순 실수”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배우 권상우는 귀속시기에 대한 해석 차이, 이병헌은 직원 상여금 관련 세금 납부 방식 이견과 기부금 회계처리 착오, 한효주는 회계상 착오로 발생한 추징금 납부, 김태희는 전 소속사에서 계약한 광고 모델료의 수익 인식 이견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외에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배우 이민호는 불법 초상권 피해 보상금의 과세 대상 여부 해석 차이와 회계 착오, 가수 김재중은 일본 활동 수익·비용 인식 시 세법 해석 차이 등을 이유로 들며 탈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이 유명 셀럽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을 보면 (익명의) 탈세 제보 또는 SNS를 통한 물질적 ‘과시욕’ 등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랩퍼 도끼(본명 이준경)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2019년 10월 랩퍼 도끼를 포함해 과시적 호화·사치 고소득 탈세자 122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사 대상에 도끼가 포함된 것은 미리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도끼의 경우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이유로 2018년 11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힙합 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글을 올린 청원자는 “슈퍼카에 명품시계를 SNS에서 자랑하는 걸 보았다. 1000만원이 한 달 밥값인데 세금을 잘 내는지 알고 싶다”고 적었다. 세무조사 후 도끼는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았고, 현재까지도 이 추징금을 완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초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4대 보험료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도끼의 본명인 ‘이준경’이 게재됐다. 도끼는 2018∼19년 총 1666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해 2020년과 2021년 말에 2년 연속 인적사항이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웹툰작가 야옹이와 가수 이선희도 올해 초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야옹이는 SNS에 4억원 규모의 페라리 슈퍼카는 물론 명품 옷 등으로 가득 찬 자신의 집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자신은 30년 넘게 무주택자이며, 청약 대기 중이라고 언급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적잖게 논란이 됐다. 야옹이는 “2022년 11월16일 1인 법인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나와 성실히 조사에 임했고, 그 결과 저의 법인카드 및 차량에 대한 사적 사용 혐의가 없음을 인정받았다”는 해명글을 올렸다. 하지만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수 이선희와 방송인 박수홍의 친형에 대한 세무조사는 사회적 논란으로 촉발된 세무조사다. 우선, 이선희의 경우 가수 이승기와 후크엔터테인먼트 간 음원 수익 미정산 논란으로 인해 과거 청산 종결된 원엔터테인먼트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공연기획과 음악저작권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원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1월25일 설립됐다가 지난해 8월31일 청산 종결된 법인으로, 이선희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설립 당시 사내이사로는 이승기 음원 수익 미정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선희의 딸 윤모씨가 등재돼 있었다. 윤씨는 2019년 1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지만, 권 대표는 지난해 중순 퇴임했다. 결과적으로 가수 이선희와 딸 윤씨, 그리고 권 대표 3인이 원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온 셈이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에서 수개월간 진행한 후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수홍의 친형 부부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라엘엔터테인먼트(이하 라엘)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라엘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박수홍 모친과 친형 박씨, 형수 이씨 등이 사내이사를 맡아 운영해온 회사로, 박수홍과 친형 부부 간 금전 문제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당시 국세청은 박수홍의 친형 부부가 법인 자금을 실제로 횡령했는지 여부와 자금 사용처,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탈세는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연예인 탈세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세청 “외환자료 등 활용해 탈루 혐의 검증”

일부 유명 셀럽은 벌어들인 수익이 많지만 납부해야 할 세금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들이 탈세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쉬운 순간이다. 실제로 과거 국세청이 유명 셀럽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과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탈세 유형 또한 천차만별이다. 세계 각국에서 인기가 높은 유명 연예인 A씨는 해외 팬을 상대로 팬미팅을 개최한 후 1장당 수십만원짜리 티켓과 각종 굿즈(팬 용품) 판매대금을 부모 명의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아울러 그는 기획사를 차린 후 친인척이 직원으로 일한 것처럼 꾸며 가공 인건비를 지급하는 식으로 소득을 탈루한 데 이어 고가 빌딩과 주택, 승용차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A씨에 대해 약 1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다.

인기 웹툰작가 B씨는 자신이 설립한 법인이 공급한 저작물을 면세 매출로 신고해 부가세를 탈루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가족을 근무한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을 유출한 정황이 과세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연예인 C씨의 경우 가족 명의의 1인 기획사를 설립한 후 수입금을 분산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하며 소득을 탈루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각종 방송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인 D씨와 가수 E씨는 공교롭게도 타인 명의로 1인 소속사를 설립한 후 소득금액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 과세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1인 기획사를 설립, 운영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이는 1인 기획사 법인의 경우 신고 소득을 줄이거나 증여세 신고 없이 가족에게 부동산과 차량을 손쉽게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세청은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자료는 물론 외환자료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활용, 탈루 혐의를 검증하고 있다”며 “탈루 혐의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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