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주식) 바구니에서 덜고 안전자산(채권) 담아라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9 11: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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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고금리·고유가·고환율로 인한 포트폴리오 조정 불가피…경기민감주보다 경기방어주가 당분간 유리

9월 들어서면서 전 세계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6%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4.3%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금리도 미국 금리와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2%에서 고점 기준 4%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준의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수준이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인 근원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개인소비지출) 중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아직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둔화하고 있고, 이미 현재의 금리는 충분히 시장을 위축시키는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견고한 고용지표와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아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금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금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장기화한 3高, 주식시장에 부담

단기적으로 9월 FOMC 정례회의까지 금리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금리 결정과 점도표 등 연준의 정책 기조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시장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3분기 들어 11월 FOMC에서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백만 배럴 감산 계획을 연말까지 연장했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소식이 예민한 이유는 원유 수급 상황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추가적인 미국의 원유 공급 역시 늘어나는 데 한계가 예상된다. 수요 측면에서 미국 전략비축유 재고가 이번 분기 들어 늘어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감산 소식은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의 감산이 꺼림칙한 이유는 원유 수출 통제력이 선진국의 손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8월말 회의에서 BRICS는 기존 5개국(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남아공)에 이어, 신규 6개국(아르헨티나·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UAE)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새로운 BRICS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의 37%, 인구의 46%, 석유 매장량의 44.3%를 차지하게 된다. 무엇보다 전 세계 원유 수출, 즉 공급의 39%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등 기존 선진국들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제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유가가 급락하기 쉽지 않아진 것이다.

유가가 중요한 이유는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시장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유가는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만, 현 상황에서 물가의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내재하고 있는 요인이다. 현재 대다수 경제 전망은 연간 국제유가를 80달러 초중반으로 가정해 추산돼 있다. 만약 하반기에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연평균값이 조정된다면 경제 전망 변경은 불가피하다. 즉, 예상치 못한 경기 둔화나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3위안 수준을 넘어섰다.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중국의 부채 리스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뿐만 아니라 달러-홍콩달러 역시 밴드(7.75~7.85달러) 상단에 근접하는 불안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8월의 중국 차이신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1.8로 전월 54.1과 시장 예상치 53.5를 모두 크게 하회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와 함께 엔화 약세도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엔-달러 환율이 147엔을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 현상은 일본은행의 완화적 정책 기조와 더불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연되고 있는 영향도 있지만 중국 리스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9월5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10.8원 급등한 1330.6원을 기록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 통화뿐만 아니라 달러화 지수를 구성하는 유로, 파운드, 호주달러 및 스위스프랑도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달러화 지수는 연고점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독일 경제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지칭될 정도로 독일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유로화 약세 심리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참고로 ‘유럽의 병자’라는 별칭은 본래 1998년 독일 경제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 바 있고 당시 독일 경제는 통독 이후 고비용 과제들과 씨름 중이었다.

 

‘위험자산 60, 안전자산 40’은 이제 옛말

중국 경기 리스크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원화 및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다. 과거에 비해 중국 경기 둔화 압력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여전히 위안화 약세를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경제의 성장 모멘텀 둔화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위안화 약세 현상이 원화의 동반 약세로 이어지는 동시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약 900억 위안이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9월 들어서도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금의 중국 증시 이탈이 위안화 약세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 흐름에 부정적 영향과 함께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엔화 약세 흐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의 경우 엔화 약세 현상을 일본 경제의 위기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최근에는 오히려 엔화 약세 현상이 일본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금리 상승과 중국 경기 리스크 부각에도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8영업일 연속 상승이라는 뜻밖의 랠리를 맞이하고 있다. 엔 약세에 편승해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고 있지만 엔 약세와 달리 원 약세 현상은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엔과 원화 약세를 보는 상반된 시각은 펀더멘털 차이로 해석된다. 일본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감마저 약화되고 있다. 올해 연간 GDP 성장률 예상치를 보더라도 블룸버그 서베이 기준으로 일본은 1.9%를 예상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이 주식시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팬데믹 전후 발생했던 구조적 변화들을 고려하면 이전처럼 저금리, 저물가로 회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일정 범위에서 변동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높아진 금리는 장기적으로 이자 수익을 향상시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금리 시기에 높은 이자 수익은 주식에 비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통적인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는 위험자산(주식 등) 60, 안전자산(채권·예금·금 등) 40 비중을 권고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식 업종 중에서는 경기민감주보다는 경기방어주가 유리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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