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무명 포수’ 박재욱 “'최강야구' 만나 ‘인생 2막’ 열었다”
  • 정윤경 인턴기자 (yunkyeong000@daum.net)
  • 승인 2023.09.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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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은퇴 후 몬스터즈 유니폼 입은 박재욱
“김성근 감독 열정은 나이 ‘여든’이 무색할 정도”

프로야구는 냉혹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출사표를 던진 고교·대학교 졸업 예정자 1165명 중 단 9.4%(110명)만이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이마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설령 1군에서 뛰더라도 실력이 지지부진하면 바로 2군으로 강등된다. 전(前) LG트윈스 소속 박재욱(27) 선수도 그랬다. 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에 지명을 받고 LG 트윈스에 발을 들였다. 2년 뒤 처음으로 1군에서 뛰었지만, 1군보다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9년을 버티다 지난해 7월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올해 초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 팀에 합류하면서 야구인생 ‘제2막’이 시작됐다. 이대호, 박용택 등 쟁쟁한 선배 선수를 제치고 MVP를 받는가하면, 투수 이대은의 완봉승을 이끄는 등 든든한 포수로 자리 잡았다. 프로 때보다 더 바빠졌다는 박재욱 선수를 지난 9월2일 그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재욱 선수와의 일문일답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포수를 맡고 있는 박재욱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포수를 맡고 있는 박재욱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있나. 후회한 적은 없나.

“무조건 ‘1군에서 뛸 거야’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런데 1군과 2군을 오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 코치님이 ‘무조건 선수가 답은 아니다. 코치로서도 잘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났다. 마냥 꿈이라는 것만 좇기에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서 은퇴를 결심했다. 후회할 것 같았으면 그만둔다고 말도 안 했다.”

은퇴 후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LG에서 은퇴하겠다고 사인한 날, 바로 서울 천호동에 있는 야구 아카데미의 코치로 들어갔다. 빨리 내 앞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고향인 부산에서 평일에는 아이들 레슨을 봐주고, 직접 학부모 상담 전화도 받는다. 틈틈이 개인 연습도 한다. 일요일에는 ‘몬스터즈’ 팀 연습을 하러 서울에 올라간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촬영을 하고 다시 부산에 내려온다. 모든 스케줄을 에이전시 없이 혼자 소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돈 벌려면 어쩌겠나(웃음).”

은퇴할 때 플레이어로서 야구할 일은 없다고 했는데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입단 테스트)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산에서 학원 코치를 하면서 친해진 야구용품점 사장님이 있다.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그분이 어느 날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에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데 한 번 써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야구에 대한 갈증이 속에서 훅 하고 치밀었다. ‘아직 야구에 대한 꿈을 접은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서 마감 직전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지원서를 써서 냈던 기억이 난다.”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몬스터즈’ 팀에 합류했다. 은퇴 후 계속 혼자 연습을 해왔던 건가.

“플레이어로서 포수 글러브를 낀 건 은퇴 후 (트라이아웃 날이) 처음이었다. 사실 선수한테 8개월의 공백은 엄청 긴 거다.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개인 연습을 따로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트라이아웃에 참가해서 공을 잡고 던져 보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습을 해 온 게 몸에 배어 있었다. 걱정한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

'최강야구'의 인기가 대단하다. 비드라마/쇼시리즈 부문 시청률·화제성 1위, 직관 경기는 1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선수 개개인 인지도도 올라갔을 것 같은데.

“현역 때는 거의 무명이었다. 밖에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봤다(웃음). 그때와 지금의 인기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프로그램 방영 후) 중국집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사장님께서 맛 좀 보라고 깐쇼새우를 내주시면서 ‘팬이다’고 하셨다. 학원에 오시는 부모님들도 방송을 보고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실 때 인기를 실감한다.”

‘몬스터즈’에서 투수가 흔들리는 게 언제 느껴지나. 그럴 때 포수로서 어떻게 긴장을 풀어주는 편인가.

“투수의 호흡이 급해지면서 템포가 빨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면 마운드에 올라가서 ‘괜찮다’, ‘맞아도 된다’, ‘점수 줘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준다. 이렇게 흐름을 한 번 정도 끊어주는 게 투수의 호흡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타자의 타격 흐름도 끊어낼 수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박재욱 포수(왼쪽)와 김성근 감독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박재욱 포수(왼쪽)와 김성근 감독

이대호, 박용택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MVP를 받았다.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다면.

“‘우리 팀이 수비를 할 때 유일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해준 장시원 PD의 칭찬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포수만이 느끼는 외로움인데 이런 부분을 알아줘서 감사했다. 이대은 선수가 ‘완봉’을 했을 때도 김성근 감독님이 ‘포수가 잘해줬다’고 말해주셨는데 MVP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이런 말들이 포수들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된다.”

포수 포지션을 희망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한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수가 갖는 매력이 있다면.

“10번의 경기가 있으면 8~9번은 꼭 공에 맞는다. 한 번 시합을 할 때 귀신에 홀린 것처럼 계속 공에 맞는 날도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투수가 구속 140~150km로 던져서 보호장비가 없는 부위에 맞으면 정말 아프다. 그래도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티를 내면 안 된다. 실제로 예전보다 포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든 것 같다. 다른 포지션에 있던 사람들이 포수로 바뀌기도 한다. 사실 양의지 선배님(두산 베어스)이나 강민호 선배님(삼성 라이온즈)처럼 타격감 좋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고서는 주목을 못 받는 포지션이다. 그래도 시합을 이기고 나면 한 경기를 잘 풀어냈다는 포수만의 희열 같은 게 있다.”

김성근 감독은 여든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선수들과 함께 훈련장에 나가신다고 들었다. 현장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에너지가 느껴지나.

“올해 여름이 유독 더워서 젊은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지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꼿꼿이 서서 선수들을 지켜보셨다. 그러면 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대충 하고 있으면 ‘너 왜 그렇게 했냐’고 나중에 따로 말씀을 하신다. 저번에 감독님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데리고 비 오는 날 6시간 동안 훈련했다고 들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분이다.”

프로로 다시 이적하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따로 접촉하는 팀은 있나.

“유튜브 댓글을 보다 보면 다시 프로에서 뛰라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그런데 자의로 그만두고 나온 거라 ‘임의탈퇴’ 신분이다. 아직 LG 트윈스에 소속돼있어 복귀한다고 해도 LG로만 가능하다. 은퇴하기 전에 다른 팀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방출을 시켜달라고 해봤는데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일반 직장 같은 경우에는 이직을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그만두고 갈 수 있지만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몬스터즈’ 선수로 뛰는 지금이 행복하다.”

본인에게 '최강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살면서 야구를 이렇게 행복하게 할 수 있나 싶었던 적이 처음이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이적해서 프로 활동을 하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꼭 프로 말고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와서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하게 야구를 하려고 지금껏 힘들었나 싶기도 하다. 내 야구 인생이 이제 꽃 피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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