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사차 사적 이용’ 최정우 포스코 회장, 추석 전 기소”...10월 중순 사임설
  • 조해수·김현지·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2 10: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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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경찰서, 최 회장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검찰, 기소 방침 굳혀
최 회장, 세계철강협회장 임기 끝나면 사임 전망...일각에선 "3연임 도전"

‘회사차 사적 이용(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최 회장을 추석 연휴 전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시사저널의 2022년 10월13일자 <[단독] 최정우 포스코 회장, 회사차 사적 이용 의혹…고급 세단 2대 굴려, 1대는 가정용?> 기사로 촉발됐다. 최 회장은 보도 후 약 1년 만에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회장의 거취를 두고도 여러 전망이 나온다.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러나 최 회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최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반 토막’ 난 포스코의 실적 부진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임단협(임금·단체협상) 결렬로 인한 사상 첫 총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보수 산정 기준을 바꿔 올 상반기에 23억8000만원을 챙겼다. 이 중 상여금만 18억6200만원에 이른다.

또한, 최정우 회장은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와중에 사외이사들을 데리고 해외 골프관광을 떠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 국내에서 골프를 쳤다가 국정감사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는데, 올해는 ‘골프 외유’까지 다녀온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협력사 직원이 감전사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며, 포스코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10월18일에 맞춰 포스코 회장직에서도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최 회장 송치와 관련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어서 표명할 입장이 없다”면서 “(10월18일 세계철강협회장 임기 종료 후 사임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회사차 사적 이용(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CCTV 통해 객관적인 증거 확보”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9월20일 최정우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임종백 집행위원장은 시사저널 단독 보도를 근거로 2022년 10월17일 최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7부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가 수서서 경제범죄수사팀으로 이관했다. 경제범죄수사팀은 지금까지 최 회장 자택 인근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수사기관 관계자는 “CCTV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느라 수사가 길어졌다”면서 “증거가 확실한 만큼, 검찰이 추석 연휴 전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우 회장은 공식적인 관용차 외에 또 다른 회사차를 사용하면서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9년부터 공식 관용차 외에 회사차 ‘제네시스 G90’ 차량이 최 회장 자택에 항상 주차돼 있었고, 이를 포스코 임직원이 아닌 최 회장 가족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 회사차를 2대 사용한 경우는 없다.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용 기간과 리스료 등을 감안했을 때 1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포스코는 사장급 이상에게 관용차로 ‘제네시스 G90’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최고급 리무진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를 제공받았다. 차번호는 ‘98XX’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최 회장 자택인 서울 송파구 L아파트 주차장에 또 다른 ‘제네시스 G90’이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차번호는 ‘88XX’다. 시사저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365’ 사이트 등을 통해 자동차 등록원부와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98XX 차량뿐만 아니라 88XX 차량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한 회사차였다.

시사저널 1722호에 실린 최정우 포스코 회장 회사차 사적 이용 의혹에 대한 기사 ⓒ시사저널 박정훈

취재 도중에 문제의 회사차 사라져

이뿐만이 아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2021년 10월과 2022년 2~3월 최정우 회장 자택 주차장 사진에 따르면, 공식 관용차 G90 리무진과 나란히 주차돼 있는 또 다른 G90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차량의 번호는 ‘80XX’로, 이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리스한 회사차다. 최 회장은 2019년부터 회사차를 2대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우 회장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회사차 2대를 사용했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 리스료와 보험료 등의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회사차는 반드시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 회장 가족까지 회사차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용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배임 액수도 만만치 않다. 80XX와 88XX의 리스사인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풀옵션 G90을 선수율 20%-48개월 이용 조건으로 리스 계약을 맺었을 때 납입료는 월 182만원(보험료 별도)이다. 최 회장이 회사차를 쓰기 시작한 2019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43개월 동안 리스료를 계산하면 7826만원이다. 여기에 선수금과 보험료를 더하면 약 1억원에 이른다.

포스코 측은 “최정우 회장 가족들은 각자 개인 차를 사용한다”면서 “사기업은 임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회사차의 이용 범위를 넓게 판단한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시사저널 취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최정우 회장의 또 다른 회사차인 88XX가 갑자기 주차장에서 사라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시사저널은 2022년 10월4일, 88XX 차량이 최 회장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추가 취재를 위해 10월8일과 11일 두 차례 최 회장 자택의 주차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출퇴근용 관용차인 98XX는 그대로 주차돼 있는 반면 88XX 차량은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차량 관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사저널 입수
2022년 10월4일 현장 사진. 3월말부터 최 회장이 쓴 회사차 ‘88XX’ G90(오른쪽)이 주차돼 있다. 왼쪽은 운전기사의 개인 차량 ⓒ시사저널 입수

태풍 ‘힌남노’ 때 창사 이래 처음 제철소 멈추기도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 포스코 수장에 올랐다. 2021년 3월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내년 3월까지 포스코를 이끌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먼저, 윤석열 정부와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경제사절단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1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도 10대 그룹 총수 중 최 회장만 유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그 이유로, 지난해 닥친 태풍 ‘힌남노’ 당시 최정우 회장의 처신을 꼽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9월6일 포항시 남구 냉천이 범람해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쇳물 생산설비와 제품 생산공장이 침수돼 전체 공정이 중단됐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제철소가 멈춘 것이다. 이로 인해 포스코의 매출 감소액은 2조400억원, 포스코 납품 기업의 매출 손실액은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2022년 9월30일자 시사저널의 단독 보도 <최정우 향한 ‘포스코 자사주 매입’ 의혹, 중앙지검 반부패3부에서 재수사 착수>로, 최정우 회장이 힌남노 당시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졌다. 최 회장은 9월1일 재난대책본부가 가동된 상황에서 3일 골프를 치고, 5일에는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이 사달이 났음에도, 최 회장은 올 8월6~11일 사외이사들을 데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골프관광을 다녀왔다”면서 “당시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포항시에 주민 대피 명령이 발령되고, 포항제철소 직원들도 차수벽과 배수로 등 시설을 점검하면서 동분서주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어 “골프관광에 모셔 간 사외이사들이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후보를 선정한다. 최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사외이사들을 미리 접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최 회장이 수억원을 들여 골프관광을 즐기고 있을 때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8월22일 협력업체 50대 노동자가 감전 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적도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5%(2조4000억원) 급감했다. 상반기 순이익 역시 1조6000억원에 그치며 반 토막(전년 동기 대비 56.8% 감소) 났다.

포스코 역사상 첫 총파업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8월23일까지 20차례에 걸쳐 사측과 임단협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마지막 기회로, 9월21일 임단협 교섭이 재개됐다.

포스코 내부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은 2021년 10월경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선임됐다. 회장단은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으로 구성된다. 회장단 멤버는 회장으로 1년, 부회장으로 2년을 보내게 된다. 최 회장은 부회장으로 1년을 마쳤고, 오는 10월18일 회장 임기가 끝난다”면서 “부회장직 1년이 남아있지만 세계철강협회장 임기가 마무리되면, 포스코 회장직에서도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대내외적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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