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출입에 ‘스위트룸’ 숙박까지…공기업 도덕적 해이 드러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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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보고서 발표
겸직 규정 어기고 사업 운영‧무한정 숙박비 남용 등 적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철근 누락 의혹 수사와 관련,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 연합뉴스
감사원은 10일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LH와 한전 직원은 태양광 발전 사업을 경영하거나 사업에 투자해 수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겸직 금지 규정을 어기고 사업을 운영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하는 등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등록을 통해 돈을 빼돌리고, 해외 출장을 나가 하루 수백만원에 달하는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37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은 직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이 겸직 금지 규정을 어기고 부당 영리 행위에 종사해 총 24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력(한전)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직원들은 직접 태양광 발전 사업을 경영하거나 사업에 투자해 수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해 총 3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한전과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직원도 적발됐다. 이외에도 배달 기사나 대리운전, 장기 외부 강의 등 부업을 한 직원들도 있었다.

LH와 한전, 한수원, 철도공사 등 4개 기관에서는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직원들이 적발됐다. 공공기관은 내규에 따라 소속 직원의 복무를 관리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지난해 9일간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하는 등, 4개 기관 직원 8명이 근무 이탈 후 경마장에 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연합뉴스
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가스공사의 직원 87%가 보상 휴가를 받기 위해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에서는 해외 출장 숙박비가 별도의 규정 없이 무한정 지출됐다. 공무원 여비 대비 이들이 초과 사용한 숙박비는 조사 기간 동안 총 7623만원에 달한다. 특히 감사원은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이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원을 지출했고, 해당 숙소에서 3박을 해 총 780만원을 숙박비로 지출했다고 전했다. 또 가스공사의 직원 87%가 보상 휴가를 받기 위해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금을 편취하는 일도 적발됐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손실보상 업무 담당 직원은 자신의 부친을 영농인으로 허위 등록해 손실보상금 8121만원을 빼돌렸다. 한국마사회 임원은 배임수재로 면직돼 5년간 채용이 불가한 직원을 비공개로 다시 채용했다가 적발됐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중 공기업이 ‘부패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 39.2%에서 2022년 45.6%으로 증가했다. 국민들은 공기업이 행정기관(2022년 기준·42.4%) 및 민간기업(33.5%)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패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같은 조사에서 ‘적발 및 처벌의 강화’가 최우선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복무 실태를 점검했으며, 한전 등 15개 기관에서 적발된 비위 행위에 따라 정직~주의 수준의 신분상 조치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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