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에 고액 보수를 받고 써준 의견서로 논란이 일자 관련 사건을 회피하겠다고 공언한 권영준 대법관이 약 60건의 상고심 재판을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 대법관은 올해 7월19일 취임 후 최근까지 59건의 상고심 재판을 회피 신청했다. 신청은 모두 받아들여져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변경됐다.
대법원은 박 의원 질의에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던) 해당 법무법인 등이 수임한 사건에 관한 회피 신청을 모두 받아들여 재배당한 사건 수는 총 59건이고 회피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며 "(권 대법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공언한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권 대법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2018년∼2022년 7개 법무법인에 38건의 사건과 관련해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18억1000만 원을 받아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필요경비 등을 뺀 소득 금액은 6억9000만원으로 파악됐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30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9억4651만원의 보수를, 법무법인 태평양에 13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3억6260만원을, 법무법인 세종에 11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2억4000만원을 받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권 대법관은 "법률 비용 규모, 사건의 복잡성 등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고 제가 받은 보수는 일반적인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 어려운 사람도 많이 있는데 많은 소득을 올린 것은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어떤 관계를 맺은 로펌이라도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하겠다"며 "회피 신청에 대해서는 소속 기관장이 판단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관 한 명이 연간 주심을 맡아 처리하는 사건은 대략 4000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 적체가 심한 상고심에서 개인적 이유로 사건을 다수 회피할 경우 다른 대법관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청문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대법관이라는 자리를 위해 애초에 민폐 공약을 내건 것"이라며 "여당은 재판 지연 문제를 말하면서 정작 재판 지연 장본인을 지명하고 방어한 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