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대신 평생 감옥에? ‘절대적 종신형’의 손익계산서
  • 강윤서 인턴기자 (codanys@naver.com)
  • 승인 2023.10.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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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국가인권위도 긍정 반응
효과 두고 의견 분분…“재범 우려 불식” vs “위헌+경제 손실”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가석방 없는 무기형,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이 사회 화두에 올랐다. 법무부가 사형제 폐지 대안으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절대적 종신형의 실효성을 두고 시민사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는 양상이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재정 손실까지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8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8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尹정부,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의 목숨을 ‘합법적’으로 거둬들인 후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다. 사법부는 사형을 선고하고 있지만 정부가 집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인도된 범죄자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유럽연합(EU)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형 집행을 원하는 여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EU와의 외교 충돌 등을 우려해 사형 집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밝혔으나, 그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제안했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현행법상 사형제와 별도로 법관이 무기형 선고 시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사형 미집행으로 인한 공백과 가석방 가능성에 따른 국민 불안을 막겠다는 것이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온 국가인권위원회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10일 ‘세계 사형제도 폐지의 날’을 맞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서 “절대적 종신형 도입 논의는 사형제도 폐지·사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해왔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는 사형제도 폐지 시 대체 수단으로서 제시되었던 것이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어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인위적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는 점과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절대적 종신형’이 대안? “실효성 없다” 비판도

과연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 없이 흉악 범죄를 줄이는 묘책이 될 수 있을까. 흉악범죄자들의 재범 우려를 영구히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 의견도 적지 않지만, 일부 형법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형벌 효과가 낮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서다.

지난 8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현행법에 사형제도가 엄존한 상황에서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은 해당 법안이 일반 범죄에까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대체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형벌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와 형벌은 기본적으로 죄형법정주의 이념에 따라 미리 정해져야 하는데, 법관의 재량에만 맡겨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현행 무기형으로도 교화가 불가능한 수형자를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유럽의 경우는 상대적 종신형을 집행하는 국가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실제 독일은 절대적 종신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도 절대적 종신형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석방 있는 종신형은 형이 확정돼도 가석방을 목표로 수형자의 반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절대적 종신형은 교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한정된 교도소 내 무기수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과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한편, 절대적 종신형을 둔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 별개로 ‘사형제 폐지’ 논란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올해 세 번째 합헌심판을 앞두고 있다. 첫 사형제 헌법소원 결과인 1996년 7대 2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두 번째인 2010년에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리는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관 6인 이상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사형제는 곧바로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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