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생존자” 학폭 피해 폭로한 표예림씨, 부산서 숨진 채 발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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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극단 선택 암시…저수지서 심정지 상태 발견 후 사망 판정
학폭 피해 공론화하며 공소시효 폐지 촉구 “피해자 보호하는 세상 되길”
12년 간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유튜버 표예림(27)씨가 10월10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유튜브 캡처
12년 간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유튜버 표예림(27)씨가 10월10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유튜브 캡처

12년 간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목소리를 내 온 표예림(2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표씨는 10일 오후 4시20분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57분께 "성지곡수원지에 사람이 빠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 3시간 가량 수중 수색을 벌인 끝에 표씨를 발견했다.  

표씨는 앞서 유튜브에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습니다'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표씨는 특정 유튜브 채널로부터 학교폭력 주장이 거짓이라는 공격을 받는 데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며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제 사건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표씨 가족과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0월10일 오후 부산 성지곡수원지에서 119구조대원이 수색을 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10월10일 오후 부산 성지곡수원지에서 119구조대원이 수색을 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표씨는 유튜브와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이 초·중·고교 12년간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현실판 주인공으로 불리기도 했다. 

'표예림 동창생'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가해자 추정 인물들의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반향이 일기도 했다. 

이후 표씨는 전국의 학교폭력 피해자와 연대하며 관련 범죄 공소시효를 없애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표씨는 지난 4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자신을 "12년 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교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대인관계 형성에 있어 어려움이 있고 불안·불면·우울증으로 정신과에서 1년 넘게 치료 중"이라며 "25살부터 27살 때까지 담낭절제술, 맹장제거술, 대장용종제거술 등의 수술을 받았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씨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의 공소시효가 최대 10년인 것은 가해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며 시효 폐지를 요청했다. 또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범죄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할 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해당 법안과 함께 촉법소년 조항 등에 대한 폐지도 요구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기반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할 이들을 말하는 것은 국민의 자율 발언권"이라며 "가해자의 명예보단 피해자의 상처와 인권을 보호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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