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표절 의혹’ 결과도, 설명도 못 내놓는 대학…릴레이 ‘줄행랑’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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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 국감에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핵심증인들 모두 불출석
野, 석연치 않은 불출석 사유와 도피성 해외 체류 지적하며 난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월10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월10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보며 미래가 걱정된다. 파렴치한 사학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국립대 교수가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려 학기 중에 학생들 내팽개치고 도피성 출장을 떠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과 동시에 교육계 인사들을 향한 질타로 채워졌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관련한 핵심 증인들인 대학 총장과 이사장, 국립대 교수가 나란히 국감에 불출석하면서다. 야당은 국민의 부름을 무시한 처사라며 '줄행랑' 친 인사들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감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핵심 증인들의 동시다발 불출석을 둘러싼 성토로 시작됐다. 국정감사 시작 40여분 만에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가 논의를 하면서 진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과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 설민신 한경대 교수 등 3인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표절 여부를 심사 중인 숙명여대는 이례적으로 20개월 넘게 '장고'를 이어가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사립대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소요 기간이 5개월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 측은 "절차대로 공정하게 진행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로 볼 수 없다고 본 국민대의 최종 결론과 관련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캠퍼스 설립 등으로 해외 체류 중이라며 출석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석연치 않은 장기 출장을 핑계로 국감 출석을 거부한 김 이사장은 2년 연속 국회 질의를 거부했다. 

설 교수는 김 여사 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실린 논문 표절 의혹에 관여 및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국립대 소속인 설 교수는 학기 중에 돌연 해외로 장기 출장을 떠났고, 대학도 이를 승인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0월1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0월1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궁색한 핑계" "꼼수 도피" 질타 쏟아낸 野

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자인 세분의 불출석 사유 내용을 보면 진정한 교육자인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보며 미래가 걱정된다"며 "범죄를 일으킨 기업인들이 꼼수를 통해 해외로 도피하는 부정적인 장면이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건희 여사 (표절 의혹 관련) 핵심 증인들이 국감을 피하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지난해 급조한 해외 출장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도피성 외유를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장 총장은 올해도 궁색한 핑계로 국민 부름을 무시했다"고 쏘아붙였다. 

장 총장은 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평가 기간인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김 의원은 대교협 확인한 결과 대학 총장이 평가에 참석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오후에 출석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버티기를 하고 있다며 "국회를 상습 조롱하는 장 총장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달라"고 위원장에 요구했다. 

김 의원은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을 향해서도 "작년에 43일간 해외출장을 연장하면서 (국감에) 안나왔는데 올해도 똑같다"며 "(해외 출장) 경비 사용과 예산 편성도 투명하지 않다. 파렴치한 사학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설민신 한경대 교수가 학기 중에 급조된 장기 출장을 떠난 점을 직격하며 이를 승인한 대학총장까지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대학에 확인해보니 설 교수가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 하루 전 출장계획서를 급조해 셀프 결재했고, 총장 결재까지 3시간도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대 교수가 학기 중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태국과 베트남으로 무려 22일 출장을 떠났다. 누가봐도 정황상 국감에 출석 않으려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출장에 학교가 경비를 다 대주고 총장이 직접 결재까지 했다.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해외로 나간 설 교수가 종합감사 전에 출석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위원장에 요구했다. 

김철민 교육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오후까지 증인 출석을 위해 노력하고, 그 후 결과를 갖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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