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인터뷰] “내년 수도권 출마자 중 몇이나 尹 앞세울지 회의적”
  • 김종일·이원석 기자·정윤경 인턴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3 10:05
  • 호수 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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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진단 원로 인터뷰│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尹 대통령, 수준 높은 국민 다스리기에 역부족한 모습 보여”  
“국정 기조 대전환해야만 산다…‘민생과 통합’만이 살길”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17.15%포인트 차이가 났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승했던 국민의힘은 집권 후 처음으로 선거에서 참패했다. 총선 6개월 전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로 평가돼 왔다. 당장 여권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진 것은 물론 각종 쇄신론에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정국은 시계 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시사저널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83)을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정당이 큰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진영을 넘나들며 구원투수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실제 양대 정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19대(2012년)와 20대(2016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대통령들의 당선에도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선거 다음 날인 10월12일 자신의 사무실인 서울 광화문의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시사저널 최준필

“尹, 협치도 대국민 설득도 안 하니 아무런 성과도 못 낼 수밖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했습니다. 

“다 예상됐던 일입니다. 놀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논란의 인물을 사면·복권한 후 다시 공천한 일, 즉 후보의 문제는 사실 지엽적입니다. 지금 여권은 상당한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본질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국민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고 30% 초중반 사이에서 헤매고 있겠습니까. 대선 이후 민생과 경제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계속 국민을 분열시키고 독주를 하고 있으니 (선거 패배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나씩 짚어보죠. 국민이 지금 여권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데는 결국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클 텐데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시나요. 

“먼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특히나 힘과 권력, 의지만 갖고 나라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대체 어떤 국민입니까. 어느 나라보다 깨어있고, 판단 능력도 아주 뛰어난 국민입니다. 생활 수준도 엄청나게 향상됐고, 정보를 접하는 능력도 대단하고, 교육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지식정보화 사회가 됐는데, 정작 이런 국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지금 윤 대통령에게는 없습니다. ‘내가 대통령이니까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국정을 펼치니까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이념 전쟁’ 하듯 국민을 다스릴 때입니까. 수준 높은 국민을 다스리기에 지금 굉장히 역부족한 모습을 계속 대통령이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단호하게)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의 핵심은 국민의 안위를 살피는 것입니다. 지금 국민은 가장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요.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과 경제입니다. 민심은 대한민국을 구조적으로 짓누르는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요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치만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부가 ‘카르텔 척결’을 외치고 있는데, 사실 제일 고약한 카르텔이 바로 ‘전경련 카르텔’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카르텔 원상복구에 여념이 없습니다. 국민들이 과연 이걸 모르고 있을까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지금 상당수 국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는 소위 ‘약자’나 ‘패자’로 부를 만한 어려운 분들이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가 무너졌습니다. ‘3고(고환율·고금리·고유가) 현상’으로 임금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고 저소득층은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전혀 자신들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당연히 신뢰를 접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을 찍었던 많은 유권자도 기대를 배신당하니 지지를 철회하고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여권은 다수당을 가진 야권이 발목잡기를 해서 민생 문제에 진척이 없었다고 항변합니다.

“민생을 말할 때 야당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 생활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여권이 져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은 현 정부가 개혁을 추진한다고 말은 많이 했는데, 정작 그 개혁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제대로 보여준 적도, 제대로 추진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본령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내 삶이 과연 어떻게 나아질까’와 관련해서 지금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저출생입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한 교수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대체 저출생에 대한 대책이 보이긴 하나요. 양극화는 또 어떤가요. 희망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처한 문제의 본질입니다. 다른 문제들은 부차적입니다.”

통합 대신 지지층을 바라보는 통치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합니다. 

“현 정권이 민생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과 함께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편을 갈라 국민의 절반은 내 편, 나머지 절반은 나쁜 사람들처럼 대하는 국정 운영을 펼쳤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집권여당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2016년 총선 참패로 이어졌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진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제왕적 권력에 취해 자꾸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협치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지껏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제도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당연히 국회를 통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입니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개혁을 하려면 국회를 상대로 나름의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대선 이후 바로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도 양보하거나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야당도 협조해줄 이유가 점점 없어지게 됐습니다. 하다못해 야당과 협치가 하기 싫으면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대국민 설득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됐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대선 당시인 2021년 1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는 정당…생동감도 비전도 없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지금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문제가 많던 옛날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같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생동감이 없습니다.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며 사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눈치만 보니 집권여당다운 나름의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대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습니다. 명색이 전국 선거를 두 번이나 승리로 이끈 전직 대표 한 명을 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에서 축출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 변화를 모르고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집니다. 여권 입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부터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엄청난 격차 패배까지 왜 이런 상황까지 내몰렸는지를 스스로 진단을 제대로 하는 길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진단을 제대로 못 하면 처방도 제대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결국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화합해 지금의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무엇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어떻게 해야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사람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닙니다.”

여권 내 쇄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텐데요.

“결국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의 뼈아픈 결과를 거울삼아서 제대로 된 반성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정 기조를 대전환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통치 스타일도 바꿔야 합니다. 자기 절제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메시지도 신중해져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0.7%포인트라는 지난 대선 결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좋은 환경 속에서도 왜 겨우 0.7%포인트밖에 못 이겼는지 고민해 보면, 지금 무엇에 집중해 어디부터 만회해야 할지가 보일 것입니다.”

김기현 체제를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구체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는데요.

“한 장관이 젊고, 새롭고, 이미지도 좋고 해서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선거에서 선대위원장이나 선대본부장 같은 역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선대위원장을 수도 없이 해본 저입니다. 선대위에서 밤낮 회의를 한다고 해서 승패가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대위는 간단하고 가벼워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자신의 얼굴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는데요. 

“대통령 얼굴로 치러서 승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강서구청장 선거 하나도 못 이기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내년 수도권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사람들 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윤 대통령의 얼굴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할지 저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여권에선 ‘수도권 위기론’이 상당해졌습니다. 하태경 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으로 중진 의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수도권 위기론은 앞으로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굳어질 수도, 바뀔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노력 여부와 그 방향성에 따라 진짜 위기가 될 수도 기회로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몇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는 사실 큰 변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전부 지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 내 쇄신의 흐름이 생길 수 있을까’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준석 전 대표 한 명도 포용을 못 하는데 과연 될까 싶습니다.”

 

“이재명, 기고만장할 이유 없다…포용 능력 못 보이면 희망 없어”

야권의 이야기도 해보시죠.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로 이재명 대표는 흔들리던 입지를 회복한 모습입니다.

“이 대표가 이번 선거를 이겼다고 해서 기고만장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 대표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사법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는 사람입니다. 특히 독불장군처럼 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도 희망이 없을 겁니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포용하는 능력을 보이지 않고서는 이 대표 개인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조직이 사실 그렇습니다. 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결국 불완전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에서는 계파 갈등으로 상당한 내홍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은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로 나뉘어 갈등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당이라는 것은 항상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고, 그 사이의 갈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야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비주류는 안 된다’고 하면서 팬덤정치를 앞세우면 당은 분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정부나 정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는 방증입니다. 오히려 일사불란함은 안정을 해칩니다.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반대 목소리도 있고, 그 반대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있어야 정부도, 정당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의 비율이 상당합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만든 신당인 ‘새로운 선택’과 양향자 의원이 만든 ‘한국의희망’은 내년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시나요. 

“유권자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살길은 무엇일까요.

“이 전 대표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맞혔다고 언론이 난리던데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앞으로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본인에게도 ‘내년에 국회 들어가야 한다. 못 들어가면 끝날 수도 있다’도 말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 전 대표가 활약해 국민의힘이 지난 두 차례의 전국 선거에서 이긴 것은 사실입니다. 이 전 대표에게 필요한 점은 한쪽에만 기대는 정치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전 대표는 ‘반(反)페미니스트’처럼 보여집니다. 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을 가졌지만, 반대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불만이 생겼습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원사이드’ 하게만 가선 성공하기 힘듭니다. 정치라는 것은 중화가 중요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점점 몸을 푸는 모습인데,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본인은 그런 방향을 원할 텐데 본인의 희망사항이라고 봅니다.”

현재 거대 양당의 비대위원장이라면 어떤 점을 조언하고 싶으신가요. 

“더 이상 조언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지난 우리 역사 속에서 교훈과 경험을 얻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국민을 향해서는 몰라도 정치권을 향해서는 그만 말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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