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안정’ 국제유가…“헤즈볼라·이란 참전하면 배럴당 150달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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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란-이스라엘 전쟁시 세계 성장률 1%p↓”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전망에 유가 6% 가까이 급등
헤즈볼라 참전 시사에 이란도 목소리…정세 불안 고조
이스라엘군 M109 155㎜ 자주포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남부의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M109 155㎜ 자주포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남부의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란이 참전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현실적으로 예상한 최악의 시나오리상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현재 80달러 중반 선에서 150달러까지 치솟고 세계 성장률은 1.7%로 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며 “세계 생산이 거의 1조 달러어치 증발하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4% 급등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관망세를 유지해왔다. 분쟁 지역이 산유국에 인접하지 않은데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영향이 크게 없다는 전망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13일(현지 시각)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뛰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87.69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78달러(5.8%) 급등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89달러(5.7%) 오른 배럴당 90.89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4일 이후 다시 배럴당 90달러대로 올라왔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도달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바드 오지 이란 석유부 장관은 이날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동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키르베트 셀름 마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두 대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키르베트 셀름 마을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두 대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헤즈볼라 “때 되면 행동 나설 것”…이란 “‘새로운 전선’ 열릴 수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는 요인은 주변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군사작전 돌입을 위한 가자지구 주민 대피령을 내리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 카셈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는 계획에 따라 (계속) 기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완전히 준비돼 있으며 행동할 때가 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국가, 아랍 국가, 유엔 특사 등이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청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의무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들의 경고에도 참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 8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에 로켓포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도 대응 포격을 하는 등 이후에도 계속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이란도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한다면 이번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새로운 전선은 헤즈볼라를 언급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란의 ‘새로운 전선’ 언급은 미국의 대중동 외교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현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달 동결을 해제했던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60억 달러(약 8조원)도 재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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