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박멸’ 지지한 바이든, 이스라엘 가자지구 점령에는 “큰 실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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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 임박 속 발언에 주목…하마스 ‘완전 제거’는 동의
이스라엘 전폭 지원 약속하면서도 “美 파병은 불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1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보충을 위한 요격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로이터=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1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 보충을 위한 요격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완전 제거'에는 동의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CBS 방송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시 점령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IDF)은 2006년 1월 평화협정 이행을 위해 중동전쟁 때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38년 만에 주둔 병력을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 20여 곳을 떠났다. 이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했지만 하마스가 2007년 6월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바이든의 이스라엘 가자지구 점령 반대 목소리는 지상전 돌입이 임박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도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우려하며 가자지구 공습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전면 해체 입장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 우려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전면적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군의 이스라엘 파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새로운 중동 전쟁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최고의 전투력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지 말고 전쟁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란이 하마스 공격을 지원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란은 지난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관리하면서 국제적 방어를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중동 불안으로 인해 미국 내 테러 위협이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재선 출마 여부를 묻는 잘문에 바이든은 "그렇다"고 확인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월13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들고 대피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겨냥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예고하면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 AFP=연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월13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들고 대피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겨냥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예고하면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 AFP=연합

한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9일째로 접어든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4100명에 달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저녁까지 집계된 누적 사망자가 2670명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까지 이스라엘 측이 집계한 사망자는 1500여 명에 달한다. 

가자지구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부로의 대피를 통보한 후 주민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지만, 피란 도중 공격을 우려하는 주민과 이동이 어려운 환자와 노인, 임신부, 장애인 등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60%는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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