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윤핵관’ 전멸에 다시 꿈틀대는 ‘권성동-장제원’ 역할론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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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중량감 떨어진다’ 지적 속, ‘舊윤핵관 등판’ 가능성 솔솔
‘권앤장 등판’ 효과?…“기강 잡기 플러스” “여론 질타로 野 좋은 일”

국민의힘 지도부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전원 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사퇴자의 대부분이 이른바 ‘신(新)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기존 친윤계 핵심으로 불린 ‘권성동·장제원 역할론’이 다시금 거론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 가능한 두 중진 의원이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야, 총선 앞 여당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윤핵관’이라 불렸던 두 사람 등판의 손익계산서를 두고 여당 내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의 권성동 의원(앞)과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권성동 의원(앞)과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후방서 ‘尹정부 기조’ 지원 중인 권앤장…전방복귀 암시도

국민의힘은 일단 내년 총선까지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해당 방침을 바탕으로 당 쇄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책임론을 타개하기 위해 ‘정계 은퇴’ 카드까지 꺼내며 배수진을 쳤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김 대표를 중심으로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보궐선거 참패 책임은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이철규·박대출·박성민·박수영·배현진·유상범·강대식·강민국 의원)이 총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선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만으로는 총선 승리에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당 중진과 일부 의원들은 임명직만 일괄 사퇴하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홍준표 대구시장)’ ‘국민 눈높이에 안 맞다(최재형 의원)’ ‘김기현 대표는 집권당 대표 자리를 감당하기에 버겁다(서병수 의원)’ 등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16일 발표된 2기 임명직 당직자 인선 명단에 대해서도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당 위기 속에서 기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여권 내 총선 관련 중책에 기용될 가능성도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전방에서 물러나 후방에서 정부 기조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지도부 요직을 꿰찼던 신(新)친윤계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권성동·장제원 2선후퇴설’ 등 여권 내 권력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나 여권 내 핵심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두 사람은 몸을 낮춰왔다. 본인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날카롭자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판단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후 장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정부의 ‘언론개혁’ 선봉장 역할을 맡아왔다. 권성동 의원도 지난 1월 전당대회 당대표직 중도사퇴 이후 정책적 메시지를 위주로 내며 각종 대야(對野)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다만 장 의원은 최근 ‘전방 복귀’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개천절이었던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파 통도사 방장 스님의 글귀 ‘맹금음조 집궁대토(猛禽陰爪 執弓待兔)’를 공유하며 “용맹한 새는 발톱을 숨긴다. 활을 잡고 토끼를 기다리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장 의원의 메시지가 본인을 향한 일각의 2선후퇴설 속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유상범, 강민국, 이철규, 박성민 의원 등과 10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유상범, 강민국, 이철규, 박성민 의원 등과 10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윤·중도 없는 식상한 인선…권앤장 와도 효과 

특히 이번 2기 지도부로 들어온 인사들의 무게가 떨어지는 만큼, 여권 일각에선 차기 총선 국면에서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등판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신임 사무총장(이만희 의원)은 여전히 TK(대구·경북)출신이고 다들 인지도가 뚜렷한 사람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차기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경우 기존 친윤계 핵심 인사들의 등판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도 “이번 인선 면면을 보면 ‘과도기 체제’로 보인다”면서 “조만간 출범할 당 혁신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 등에서 친윤계 인사들이 거중 조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민 여론상 두 의원이 당분간 공식 직함을 맡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후방 지원하는 등 수면아래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두 의원의 총선 정국 등판이 당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여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이번 지도부 인선에서 명목상 친윤계를 빼고 물갈이해서 유연한 사람들로 쇄신·개혁하는 이미지 보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나서면 인선 이미지에 방해될 수도 있다”며 “이들이 중진으로서 당의 기강을 잡는다고 해도 과연 당에 어떤 긍정적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두 의원의 등판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인선도 파격적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반윤(반윤석열) 등 파격적 인사들이 추가로 들어와야 권성동·장제원 의원 같은 사람들의 기강잡기도 그나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야권에선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전면으로 돌아온다면 오히려 더 환영할 것이다. 그만큼 용산에 대한 민심의 채찍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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