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같이 갈 사람 필요했다…환생할 거라 생각”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10.16 14: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정 “피해자가 목 조르고 얼굴 뜯어” vs 檢 “피해자 손톱서 DNA 검출 안돼”
정유정 친조부 “작년 7월부터 성격 변해…심리검사 거부하기도”
부산 20대 또래 여성 살인 피의자 정유정 ⓒ연합뉴스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 및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연합뉴스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사건의 피고인 정유정(23)이 법정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했고, 같이 환생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사체손괴, 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의 피고인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정유정은 ‘성장 과정 및 가정환경에서 쌓인 분노를 풀기 위한 범행인가’라는 검찰 측의 질문에 “분노를 풀겠다고 생각 안했다”면서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했고, 마지막으로 제 얘길 들을 사람도 필요했다”고 답변했다.

뒤이어 재판부가 범행 동기를 묻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같이 죽어서 저는 환생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유정과 검찰 측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몸싸움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대치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제 목을 졸랐다. 얼굴도 뜯었는데 안경이 날아가서 눈이 잘 안보이는 상태에서 보이는대로 (흉기를) 휘둘렀다”며 “당시 캔·병맥주 등을 마셔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부검 감정 결과 피해자의 손톱에서 피고인(정유정)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할퀴거나 잡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피고인이 거짓증언을 하는 것 같다”고 맞섰다.

정유정은 당시 맥주를 마신 이유가 ‘범행 자축’에 있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너무 무서웠는데 꾹 참고 했다”면서 “범행을 자축하기 위해 마신 게 아니다. 당시 떨리기도 하고 날씨도 덥고 해서 챙겨갔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정유정은 “범행 이후 극단선택 하려 했지만 피해자의 가족사진을 보고 시신을 유기해 실종으로 처리하고자 했다”면서 “실종으로 꾸며 (유족들이) 피해자가 어디엔가는 살아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앞서 정유정 측이 증인으로 신청했던 정유정의 친할아버지에 대한 증인심문도 진행됐다. 정유정의 친할아버지 A씨는 “작년 7월부터 정유정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해 북구청에 심리검사를 부탁했지만 정유정은 이를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살인 범행 전 정유정이 보였던 이상행동들 또한 함께 진술했다. A씨는 “작년 7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침대 난간에다 (정유정이) 종이컵에 숯을 넣고 불을 붙여 방안에 연기가 가득했다”며 “(당시) 깊게 잠에 들지 않아 문을 열고 불을 껐다. 당시에 이불도 조금 탔다. 그 외에는 방을 치우지 않고 물건을 집어던졌다”고 회상했다.

이에 정유정은 “(당시 겪던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속상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고 꾹 눌려서 쌓였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또한 친조부 및 새할머니에 의해 학대 피해를 당했고, 고교 진학 과정에서 친구들과 떨어져 힘들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정유정의 다음 재판기일은 내달 6일에 진행된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41분쯤 중학생으로 위장, 과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된 20대 피해 여성의 집으로 가 그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