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기다리는 韓반도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조마조마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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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폭 줄고 재고도 하락…반도체 가격도 하락세 멈춰
4분기 D램·낸드 가격, 3분기 대비 5~8% 상승 전망
“이스라엘 인텔 공장 가동 중단→업황 회복 늦어질수도”
1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내년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가격도 조금씩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영향에 따라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지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달성을 위한 열쇠로 반도체를 꼽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내년에 2.2%로 나오려면 계속 경기가 우상향으로 가야 한다”며 “IMF가 왜 한국을 긍정적으로 봤을까를 생각해보면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한국이 본격적으로 수혜를 받는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2.2%로 전망하며 기존 2.4%에서 0.2%포인트(p) 낮췄다.

추 부총리는 그러면서 경기 회복 국면 진입의 근거로 반도체 생산·수출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반도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현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볼 때, 반도체는 바닥을 다지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4분기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반도체가 수출을 다시 뒷받침해주는 시기로 서서히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줄곧 하락해왔던 D램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1.448달러)와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4.83% 상승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4분기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ASP는 올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5%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삼성전자 감산 확대 등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개선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선 최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영업손실이 3조원대까지 줄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4조원 중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4분기 영업손실을 1~2조원대를 보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내년 1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감산 확대로 메모리 재고가 줄고 있고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하락세를 멈추면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인텔 CPU 생산 차질 빚으면 D램 공급도 영향

하지만 업황 회복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15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트가트 지역에 위치한 인텔의 CPU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CPU 수요와 맞물린 우리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인텔은 해당 지역에 CPU 공장 ‘팹28’을 가동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인텔 CPU 생산 능력의 11.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PC와 서버에 들어가는 CPU를 생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CPU 시장 점유율은 63%에 달한다. 이스라엘 공장에서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최신 PC 및 서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D램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있는 것이다.

무협은 “이스라엘 내 인텔 CPU 공장을 비롯한 첨단산업 기업들이 운영을 중단할 경우 반도체 수요도 동반 감소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수요 부진 및 세계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면 반도체 수출 회복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승우 유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 공장이 가자 지구의 북동쪽 끝에서 직선거리 22㎞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피해 가능성이 제로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면 반도체 섹터는 그대로 식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메모리 업황과 주가는 과거와 같은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불확실성을 안고 4분기를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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