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총파업을 경고한 의료계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배제한 의사파업 주장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의 의협 회관에서 ‘미래를 위한 의사모임’(의사모임) 출범을 공식화했다. 의사모임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임 회장이 출범을 공식화한 의사단체로, 의협과는 별개 조직이다.
임 회장은 이후 행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연한 (투쟁) 수단인 의사파업은 물론 준법투쟁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낙선운동까지 추진할 것”이라면서 “의사들을 잡아놓은 닭이라 생각하며 현 정권을 무조건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현재 의료계 상황에 대해 “전문 분야에 상관없이 의대생부터 대학병원 교수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분노가 끓어넘치는 상황”이라며 “1년이나 시간을 끌다가 결국 대통령이 오판했다고 사과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번 의대 확대 반대 행보에서 의협을 배제한 이유와 관련해선 “현 상황에서 의협 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미 의협 집행부는 정부의 의사 증원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 임 회장은 “과거 ‘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도 말이 안됐지만 현재의 의대 증원 방침은 그보다도 몇 배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이를 추진하겠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척이나 위험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의 자진 사퇴 혹은 그에 대한 즉각적 경질 또한 함께 요구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의 경우 지난 16일 성명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관련 보도들과 관련해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면서 “의사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을 생략하고, 단순히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