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시 우울증 없는 직장인도 자살 사고 위험 77% 증가
직장 업무 스트레스로 신체·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된 '번아웃'이 올 경우 우울증 여부와 관계없이 자살 사고 위험성이 최대 77%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2020∼2022년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근로자 1만3000여 명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번아웃은 신체·정서적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탈진, 직장과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직업 효능감 저하 등에 놓인 상태를 칭한다. 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 다양한 직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번아웃 여부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등을 설문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번아웃 중에서도 신체적·정신적 탈진이 있는 직장인의 경우 우울증이 없더라도 자살을 생각할 위험을 77% 증가시켰다.
탈진 상태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 사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로,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대한민국 국민 10~30대 사망원인 1위, 40~60대의 사망원인 2위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 우울증 그리고 자살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은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