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하락 속도 예상보다 늦어질 듯…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0.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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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오르게 하는 일 없을 것”
“금통위원 대다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동발 무력 충돌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가 하락 속도가 지난 예측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알렸다. 

이 총재는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지난 8월 예측한 물가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중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월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각각 3.5%와 2.4%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내년 12월이 됐을 때 (물가가) 우리 목표 수준인 2%대에 가 있을 거냐(고 물으면),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고 이번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2월 말 물가상승률 2%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그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속도가 지난 8월 예측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금융시장과 관련해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등을 봐야 한다"며 미국 기준금리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성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이번에 안 올릴 것이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난해 가속해서 올리던 상황에서 지금은 올려도 한 번 정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면에서 안정되는 국면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에 대해서는 금리 차 (축소) 자체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며 "미시적인 조정을 해보고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보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를 기대한 '빚투'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레버리지(차입)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다시 1%대로 예전처럼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은 경고해 드린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시장 충격 없이 구조조정 중"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질서 있는 조정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이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향후 3개월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서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의견을 나타낸) 5명 중 1명은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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