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식 가자” vs “거길 왜 가”…동행 공무원들에게 고스란히 생중계
전남 순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달리는 관용 버스 안에서 욕설과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전남권 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위해 서울로 향하던 중 일정 변경 통보를 두고 다퉜다.
23일 순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 15명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전남권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관용차(버스)를 타고 단체로 상경했다.
버스에서 A 의원이 “국회 앞에서 지역위원장(민주당 소병철 의원)의 삭발식이 있으니 격려차 국회에 들른 뒤 용산으로 가자”고 일정 변경을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소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대 유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삭발했었다.
이에 B 의원이 “의회 회기 일정도 변경해 상경하는데 예정에도 없는 국회의원 삭발식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고 면박을 줬다. 여기에 A 의원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며 B 의원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이후 5분가량 두 의원 간 고함과 욕설, 몸싸움이 이어졌고 동료 의원들이 이들을 말리며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의 다툼은 동료 시의원들의 중재로 A 의원이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의원들 간의 싸움은 동행한 시청과 시의회 공무원들에게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순천의 한 시민은 “시의원들로부터 수준 높은 의정활동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지만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제는 하다하다 별짓을 다 한다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부끄러움은 순천시민의 몫이 됐다”고 힐난했다.
순천시의회 관계자는 “지역에서 의대 유치가 절실한 사안이기에 회기 중에도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일방적인 일정 통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 같다”고 전했다.
순천시의회 재적의원 정수는 총 25명이며 민주당 20명, 진보당 2명, 국민의힘 1명, 무소속 2명이다. 이번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