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다” “폭망이다” 인요한 혁신위 인선에 ‘혁신’은 없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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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박성중·김경진·오신환 합류…12명 혁신위원 인선 완료
“최대한 다양하게”…“당장 공천 필요한 인물들” 혹평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인물난’을 거듭하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12명의 위원 인선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하지만 인선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당 안팎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여러 차례 거절과 퇴짜를 겪은 끝에 ‘최선’의 구성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혁신’ 없는 혁신위 인선으로 첫 발부터 김이 빠졌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 인선안을 의결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재선의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이 합류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으며 계파색이 옅긴 하지만 친윤계로 분류된다. 최근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를 지내며 ‘가짜뉴스 근절’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 밖에 전직 의원 중 검사 출신인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비(非)윤석열계’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둘 모두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는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후로 불거진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인선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정선화 동국대 WISE캠퍼스 보건의료정보학과 겸임교수,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소희 변호사도 포함됐다.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전 대구 MBC 앵커, 2000년대생인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도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성별로는 남성 6명, 여성 7명으로 구성돼 성별 안배가 고려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윤계의 합류 여부가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 또한 인선 과정에서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오신환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부터), 윤재옥 원내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부터), 윤재옥 원내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리적 인사들이 왜 합류 거절했는지 고민해야”

혁신위는 지난 23일 인요한 위원장 임명 후 위원 섭외에 갖은 난항을 겪었다. 혁신위원으로 오르내렸던 인사들이 잇달아 참여를 거부하면서다. 대표적으로 전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 위원장의 혁신위 참여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윤희숙 전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최종 고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발표된 인선을 두고 ‘최선’이라는 당내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막판까지 혁신위원 인선에 상당히 고심을 한 것으로 안다”며 “성과를 내기 쉽지 않고 부담스러운 자리인 만큼 여러 사람들이 기피했는데, 그런 와중에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을 기대할 만한 파격적인 얼굴이 없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용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에 ‘직언’을 할 비윤계 인사가 수적으로 부족한 데다,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할 인물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여권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혁신위의 인사와 활동에 대한 기대가 없는 상황에서, 기대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인선”이라며 “한 마디로 절망이자 폭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안팎의 비윤계 인사들이 잇따라 혁신위원 제안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서도 “정말 혁신위가 이들을 폭 넓게 인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라며 “몇몇에 대한 제안은 나중에 받을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취재진에 “솔직히 당내에서도 이번 인선에 한숨을 내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는 왜 여러 합리적인 인물들이 혁신위 합류를 거절했는지 찬찬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혁신위가 얼마나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효용론’을 두고 꾸준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새로 인선된 혁신위원들의 ‘정치적 상황’에 집중했다. 최 교수는 “혁신위원들의 면면은 나쁘지 않다.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 모두 충분히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당장 내년 총선 공천이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라며 “무조건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용산과 당에 얼마나 각을 세울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혁신위원들 가운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큰 당협위원장들이 상당수다.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원 발표 직후 ‘영입시 이들의 불출마 약속을 받았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약속은 받은 것 없다. 그냥 좋은 사람으로 다양한 인재풀을 만든 것”이라며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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