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점엔 도전적인 질문이 있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3 11:05
  • 호수 17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 살핀 《그랜드 퀘스트 2024》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목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혁신’을 외친다.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을 인용해 가면서 결기에 찬 웅변을 쏟아내지만 대안 없는 외침에 답답해질 때도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가’ 등의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혁신의 시작을 보면 이 과정의 발원지에 도전적인 질문이 있다. 최초의 도전적 질문은 의지와 희망이 가득하지만 가능성은 희미하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상태에서 던져진다. 한 부분을 해결하면 다른 부분이 나빠지고, 조금만 들어가도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등장한다. 그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적 질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혁신의 수레바퀴는 돌아가지 않는다. 거대한 분야로 성장할 최초의 씨앗이 되는 도전적 문제를 우리는 ‘그랜드 퀘스트(Grand Quests)’라고 부른다.”

그랜드 퀘스트 2024|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엮음|포르체 펴냄|424쪽|1만9800원
그랜드 퀘스트 2024|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엮음|포르체 펴냄|424쪽|1만9800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그랜드 퀘스트 2024》를 펴냈다. ‘그랜드 퀘스트’란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했으나 해결하는 순간, 온 세상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난제들을 의미한다. 이 책은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중장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과학기술 분야를 넘어 사회 전반에 새로운 그랜드 퀘스트가 탄생하고 혁신의 꽃망울이 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주어진 벤치마크를 목표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를 벗어나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 탐험에 나설 때 진정한 과학기술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 첫 단추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주어진 교과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 전례 없는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최초의 질문, 그 자체가 혁신적인 과학기술이 탄생하는 출발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의 능력과 사회의 역할이 재편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세상을 무서운 속도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모습으로 바꾸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세상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라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혁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사회 전반의 관심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꿔 미래세대가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부족하므로 당장에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므로 국가 차원에서의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반도체 설계 분야 외에도 컴퓨터 구조 및 운영체제 등 컴퓨터 시스템 분야 교육을 통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이런 분야 연구에 연구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컴퓨터 아키텍처,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우리나라의 해당 전공 분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