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불법촬영 의혹 일파만파…지금 누군가 당신을 훔쳐보고 있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정락인 언론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3 12:0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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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욕구에서 사생활 엿보기, 돈벌이 등 목적도 다양

한국은 ‘몰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하철, 버스, 수영장,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탈의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은폐된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상대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단 촬영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몰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적 목적에서 사생활 엿보기, 증거 확보, 돈벌이 등 목적도 다양하다. 언론사의 취재 목적으로 몰카가 사용되기도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freepik

성적 목적의 몰카는 대부분 성도착증의 하나인 ‘관음증’에서 비롯된다. 관음증은 타인의 신체 부위나 성행위 등을 몰래 관찰하면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질환이다. 심하면 반복적으로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게 되며 자위행위를 동반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이성관계를 갖지 못하거나 성적 억압, 또는 선천적 성적 충동 조절 장애가 있을 경우 몰카를 찍게 된다.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보관하는 것도 관음증의 일종이다. 관음증 환자들은 지하철, 대로변, 대형마트, 학교, 직장 등에서 불특정 여성들을 상대로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만약 카메라를 가방이나 신발 속에 숨기고 다니면서 여성의 치마 속 등 은밀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촬영하고 수집하는 취향을 가졌다면 관음증을 의심해야 한다.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상습적인 촬영도 여기에 속한다.

현행법상 몰카는 엄연한 범죄다. 카메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몰카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국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6882건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황의조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몰카’ 의혹에 대한 친필 입장문 ⓒ연합뉴스·뉴시스

누구든 몰카범이 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몰카범들의 직업이다. 판사, 경찰관, 의사, 교사, 회사원, 대학생, 운동선수 등 사회적 지위나 연령과 관계없이 광범위하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가 전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몰카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황씨의 불법촬영 의혹은 지난 6월 그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황의조가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며 소셜미디어(SNS)에 황씨와 여성들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했다. 나중에 해당 유포자는 황씨의 형수로 밝혀졌다.

황씨는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휴대전화를 도난당한 후 사진 유포 협박을 받았다”고 했지만 경찰은 해킹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황씨는 또 유포된 성관계 영상은 “전 연인 사이에 합의하에 촬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피해자 측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관이나 판사가 몰카를 찍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2021년 12월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구대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현직 경찰관이 적발됐으며, 이듬해 12월에는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몰카범을 잡고 보니 경찰관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여성 대상 성범죄를 조사하는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이었던 한 경찰관은 6년간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20·30대 여성 26명의 신체를 휴대전화 또는 보조배터리 형태의 촬영기기로 28회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 상습 촬영한 것이 드러났다. 그는 소개팅 앱 프로필에 경찰 정복을 입은 사진을 올려 피해 여성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판사도 몰카를 찍었다가 적발됐다. 2017년 7월 서울동부지방법원 소속인 한 판사는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맞은편에 있던 여성의 신체를 3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했다.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몰카를 찍고 있던 이 판사를 제압한 후 경찰에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당시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이었다.

2017년 10월1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불법 카메라 대량 수입·판매 및 불법촬영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경찰 관계자가 압수된 위장형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한번 유포되면 피해 회복 불가능

2021년 10월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초등학교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각됐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잡고 보니 해당 학교 교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여교사들을 촬영했던 것이다.

2013년 5월에는 국회사무처 직원(사무관)이 여의도에 있는 건물의 1층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는 여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경찰대를 나온 그는 사법·입법·행정 고시를 합격한 ‘고시 3관왕’ 출신이었다.

몰카가 개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촬영되는 것만은 아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대량으로 유통돼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없으며, 피해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업 목적인 경우 불법으로 촬영된 몰카는 대부분 헤비 업로더 등의 손에 들어간다.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 음란물 파일을 전송해 업로드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파일을 음란 사이트, 웹하드,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한다. 웹하드는 공유 사이트의 서버에 한 개의 파일을 올려놓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음란 동영상이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몰카는 동영상 내용과 화질 등에 따라 금액이 매겨진다. 웹하드는 보통 회원제로 운영된다. 운영자는 업로더들이 올린 파일을 상대방이 다운로드할 때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다. 업로더들은 자신이 올린 파일의 다운로드 횟수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챙긴다.

헤비 업로더들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용한다. 한 달에 1만 기가바이트 정도의 파일을 올린다. 여기에는 컴퓨터 3~4대가 동원된다. 헤비 업로더 중 일부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활용하고 있다. VIP 헤비 업로더는 한 달 수익이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헤비 업로더의 성패는 ‘희귀 음란물’이나 일반인의 ‘나체 동영상’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게시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 보니 외국 음란물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구입하거나, 돈을 주고 촬영을 의뢰하기도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간 시간대에 음란물을 올리고, 주간에는 내리는 게릴라식 활동을 한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운영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아동 음란물 유통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외국 성인 사이트 등을 링크해 ‘음란물’을 공유하는 일 또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몰카에 사용되는 장비는 갈수록 첨단화되는 추세다. 모양은 다양화되고, 크기는 작아지고 있으며, 촬영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에 카메라를 숨길 수 있게 됐다. 사용법은 초등학생도 쉽게 다룰 정도로 손쉽다. 몰카 장비도 서울 용산이나 종로 등 전자상가 밀집지역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일부 매장은 아예 ‘초소형 카메라’ ‘위장 카메라’ 등의 문구를 붙여놓고 몰카 장비를 판매한다고 알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몰카 범죄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몰카 범행 장소별 대응 방법

화장실은 몰카범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한번 설치해 놓으면 많은 사람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수법은 옆칸에 숨어있다 화장실 이용객이 들어오면 칸막이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경우다. 용변을 볼 때 아래위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가급적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양쪽 끝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휴지통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신문지 등에 구멍을 낸 후 덮어둘 수도 있다. 만약 휴지통에 신문지가 있으면 한번 들춰보거나 휴지로 덮으면 된다. 천장에 휴대전화를 붙여 촬영한 사례도 있으니 천장에 수상한 물건이 없는지도 살피는 게 좋다. 만약 의심스러운 구멍이 있거나 반짝이는 렌즈가 비춰지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지하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갈 때도 몰카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짧은 치마를 입었을 경우에는 핸드백이나 가방을 뒤로 메거나 손에 들고 있는 책 등을 뒤쪽으로 돌려 몸을 가려주는 게 좋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는 45도 각도로 몸을 비틀어 밑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올라가면 몰카를 피할 수 있다.

숙박업소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실내 조명을 모두 소등하고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을 때 반짝이거나 빛이 나는 곳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천장, 벽면, 전자기기 옆 등에 이상한 물체가 있는지도 점검한다. 모텔에서 인터넷 공유기로 위장한 몰카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오래 서있지 말고 5~10분 단위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 누군가 계속 서성이거나 셀카를 찍는 흉내를 낸다면 몰카를 의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시계나 펜 등 소형 물품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 상체를 숙이거나 자세를 낮출 때 몰카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때는 손으로 가슴 부분을 가려줄 필요가 있다.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은 몰카범들의 천국이다. 피서지의 경우 망원렌즈가 부착된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을 주의해야 한다. 일행이나 주변 풍경을 촬영하는 것처럼 하면서 불특정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할 수도 있다. 만약 몰카 피해를 당했다는 확신이 들면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스마트 국민제보’ 앱을 다운받으면 몰카 범죄를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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