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창업] 골목상권 미니가게 ‘1인 창업’ 시대 도래했다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2:0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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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있고, 마음 편한 나홀로 작은 가게가 좋아
메뉴와 분위기 차별화가 성공창업의 관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창업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큰 가게 창업보다는 미니점포 창업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대형화, 전문화를 내걸었던 2000년대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창업시장의 대형화 바람은 대기업이 투자했던 ‘한식뷔페’가 마지막 버전이라는 소리도 있다. 수백 평 규모로 오픈했던 CJ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 신세계 ‘올반’ 같은 초대형 한식뷔페 아이템은 코로나19 시대와 함께 막을 내렸다.

8월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0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3’에서 예비 창업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송리단길에 줄 서는 작은 가게들

하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대형 매장, 큰 가게라고 놀라지 않는 시대다. 오히려 작지만, 옹골차고 갬성 넘치는 미니가게에 열광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은 갈수록 증가세다. 작은 가게 창업을 이끄는 상권은 소위 ‘~리단길’ ‘~로수길’ 등으로 일컬어지는 신세대 상권이다. 수도권 상권만 하더라도 관악구 샤로수길, 송파구 송리단길, 용산구 경리단길, 수원 행궁동 행리단길 같은 신세대 상권에 가보면 줄 서는 가게가 많다. 하나같이 1층 10평 내외의 미니가게 매장들이다. 매장 면적이 작기 때문에 테이블 수도 적고,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사장 1명, 알바 1명이 대부분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작은 가게들에 유독 MZ세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의 대표적인 리단길 상권 중 하나는 송파구 송리단길이다. 석촌호수 동호에서부터 송파동 방향 골목상권으로 이어지는 400m 남짓의 골목길이 송리단길 상권으로 불린다. 요즘 송리단길 메인통과 함께 그 주변 골목상권에서 줄 서는 작은 가게는 어떤 아이템일까. 필자는 작은 가게 아이템들의 면면을 살폈다. 일본식 우동과 덮밥, 나가사키짬뽕을 서비스하는 일본식 식당. 객단가 1만원 정도의 베트남 쌀국수로 줄 서는 집, 동네전업사를 인수해 옛날 간판을 그대로 붙이고 영업하는 레트로 감성의 태국음식점, 부부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10평 테이크아웃 로스팅카페 등 하나같이 10평 내외 미니가게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세대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매장 크기는 작지만, 하나같이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유니크한 메뉴와 분위기, 서비스가 있는 매장들이다.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비록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구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골목상권 1층 10평 정도의 점포 임대가와 권리금 시세를 알아 봤다. 보증금은 2000만~3000만원에 월세 120만~150만원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줄 서는 가게가 많아지면서 권리금은 저렴하지 않았다. 골목상권 중급지 1층 10평 매장의 권리금은 5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점포 구입비만도 최소 7000만~8000만원, 갬성 넘치는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의 창업 비용이 투자된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매장 규모에 비해 매출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인건비 적게 들고, 임대료도 과하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의 매출액 대비 손에 쥐는 순이익률은 당연히 높은 편이다. 작은 가게임에도 줄 서는 매장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유튜브 영향이다. 이곳 베트남 음식점은 최근 연예인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평일에도 줄 서는 맛집으로 터를 잡았다고 한다. 골목상권 특성상 한 집이 줄 서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옆집도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을 필두로 조성되기 시작했던 전국의 ‘~리단길’과 ‘~로수길’ 골목상권의 주인공은 유니크한 매장을 운영하는 1인 창업자와 그들의 팬덤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신세대 고객층으로 보인다.

7월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 구직자와 예비 창업자들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창업 성공 변수는 ‘출점 콘셉트’

‘1인 창업’은 항상 혼자서만 일하는 가게는 아니다. 나홀로 경영하는 것은 맞지만, 바쁜 시간에는 알바를 채용하거나, 정직원 1명 정도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골목상권 1인 창업 매장의 첫 번째 성공 변수는 출점 콘셉트다. 작은 가게 1인 창업 매장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뭔가 특별한 뉴스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상품과 대표메뉴가 갖는 뉴스 가치는 기본이다. 분위기도 천편일률적인 다점포 프랜차이즈 가맹점과는 달라야 한다. 옛날식 복고 감성을 내세우거나, 미니멀리즘을 고집하는 작은 매장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신세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찍을거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야 한다. 외부 간판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의·탁자, 물컵과 스푼 하나에도 갬성 가치가 묻어나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자랑할 만한 미니점포 ‘갬성가게’ 만들기가 관건이다. 주인의 경쟁력도 중요하다. 골목상권 미니점포 주인들의 내공은 범상치 않다. 음식점의 경우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 해외까지 가서 직접 배워온 청년셰프들도 있다. 그 가게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상품 경쟁력, 시설 경쟁력, 사람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1인 창업의 또 다른 고객층은 ‘1인 고객’들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혼밥·혼술족’으로 불리는 1인 고객층이 급증했다. 행안부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세대 수의 40%인 900만 세대가 혼자 사는 1인 세대다.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소비파워는 ‘나홀로 라운징’이나 ‘1코노미’ 같은 소비 트렌드로 이미 알려지기 시작했다. 혼밥족과 혼술족은 1인 창업 시장에도 중요한 고객층에 속한다. 1인 창업자와 1인 소비자는 코로나 이후 상권 변화에 가장 큰 이슈 키워드로 터잡고 있다. 1인 창업자의 미니점포는 1인 고객을 위한 의·탁자 품격까지 살피는 시대다.

프랜차이즈 시장에도 ‘1인’ 브랜드가 출현했다. 1인 피자, 1인 국밥, 1인 감자탕, 1인 삼겹살집까지 다양하다. 혼술족을 겨냥한 칵테일바, 하이볼바, 위스키바도 인기다. 1인 창업은 외식업 외에 판매업, 서비스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산 백석동에 가면 81세 실버창업자가 운영하는 1인 편의점도 있다. 1인 미용실, 1인 피부관리숍, 1인 필레테스숍도 호황 아이템 중 하나다. 1인 창업자들의 꿈도 달라지고 있다. 창업으로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나만의 자존심 유지, 지속적 행복 가치를 누리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1인 창업자의 소소한 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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