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탈당으로 의원들 용기 낼 것”…이상민은 시작? 野 심상찮은 이탈 조짐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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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탈당 후 ‘원칙과 상식’ 등 비명계 도미노 이탈 가능성↑
당 원로 ‘이재명 체제’에 공개 우려…李 ‘사법리스크’도 재부상
이상민 “20~30명 탈당도 가능…이낙연‧김부겸 등 역할 중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11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민주당 의원들을 등지고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11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민주당 의원들을 등지고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전격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당내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의 추가 이탈 여부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당내 원로 인사들이 연이어 이재명 대표를 직격하는 데다, 이 대표 측근의 1심 실형 선고로 한동안 가라앉았던 ‘사법리스크’도 재부상하면서 민주당 내 원심력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전날 “오늘자로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지만 한편 홀가분하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 의원이 여러 차례 탈당 의사를 드러내 온 만큼 당내에선 ‘예견된 수순’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이 의원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가 국회의장직 등 ‘사욕’을 채우기 위해 탈당했다는 주장이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전날 SNS에 “결국 국회의장을 위해 당과 동지들을 팔고 가셨다. 무운을 빕니다만 꿈은 깨라”며 공개 비판했다. 박상혁 의원도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하고 싶나.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마라”고 저격했다. 조승래 의원 역시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이라며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구 주민들을 향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당 변화 가능성 없어”…다른 비명계도 탈당 카운트다운? 

이에 대해 이 의원은 4일 오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언론 등을 통해 날 공개 비판하는데, 무슨 명목인지 모르겠다”며 “공개 목소리는 내지 않지만, ‘개딸 정당’ ‘이재명 사당’이 되어가는 당에 대해 걱정하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직을 위해 탈당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정말 국회의장만을 원했다면 민주당 온실 속에서 이재명 대표에 맞춰가며 얌전히 있었을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장 후보감이었으니 공익적 목적으로 다시 도전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지, 사욕에 의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일부 민주당 의원이 ‘당내에서 공천을 못 받으니까 탈당한 것’이라고도 공격하던데, 나에게 어떻게든 공천을 안 주려 했다는 걸 자인한 셈 아닌가”라며 “이런 비논리적인 공격에 감정적으로 일일이 대응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해 당내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일단 선을 긋는 분위기다.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들은 전날 관련한 질문에 ‘당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며 추가 탈당 가능성에 거리를 두었다. 다만 윤영찬 의원은 “12월 중순까지 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가 최종적 결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탈당 여지를 남겨뒀다.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도 연말연초엔 (탈당) 결단을 내릴 것이다. 당의 변화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당이 변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움직였으니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의원들에게 용기를 주는 촉발제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나 당내 친명계에서도 ‘나갈 거면 나가라’는 입장이다. 탈당을 말리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이낙연‧김부겸, 선거제 마중물 삼아 연합 전선 강화?

최근 이낙연 전 대표 등 민주당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공개 지적하고 세력화에 나서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일주일에 몇 번씩 재판에 나가는데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이재명) 리더십 영향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등 연일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신당 창당 가능성도 시사하며 또 다른 거물급 인사인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당내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기여할 상황이 되면 움직이겠다”며 모종의 역할을 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이 정식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경우 민주당 내 탈당 러시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 역시 ”이낙연‧김부겸 등 원로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들이 움직이면 당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20~30명만 탈당하면 민주당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경우 개딸들만 남은 정당에 누가 총선 때 표를 주겠나“라고도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그리고 현재 당내 논쟁 중인 ‘선거제’도 비명계 탈당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가 과거 ‘분신’이라고 표현할 만큼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로 인해 지난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총선 국면에서 당 전체가 또 다시 ‘방탄 정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이 대표가 기존의 약속을 뒤집고 머잖아 ‘병립형 회귀’를 최종 결정할 경우, 당내 반발은 더욱 분출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선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등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만일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택할 경우 이를 마중물 삼아 이들 간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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