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로’ 한동훈만 남겼다…尹의 ‘교체 보류’ 속내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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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연말·연초 ‘원포인트’ 교체 유력…“몸값 올리기 전략”
‘이재명 수사’ 마무리 시그널?…“韓에만 포커싱 돼도 리스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단행한 개각 명단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외됐다.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경우 연말이나 연초 ‘원포인트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한 장관이 총선 정국의 키 플레이어인 만큼 총선 직전까지 몸값을 키우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시그널’이란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하는 등 장관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특히 여권 잠룡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한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빠졌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의 법적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1일까지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그 전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셈이다.

한 장관은 최근 총선 출마를 의식한 듯 전국을 돌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1월17일 대구를 시작으로 21일 대전, 24일 울산을 방문하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을 50명 이상씩 결집시켜 ‘셀럽(유명인)’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특히 한 장관은 지지자들 앞에서 “여의도(국회) 화법 대신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 장관은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씨와 만난 사실도 언론을 통해 널리 공유됐다. 또 지난 11월16일에는 한 장관의 아내 진은정 변호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한 장관 측이 “우연이 아닌 정무적 기획을 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비윤(비윤석열)계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장관을 샛별처럼 따로 띄우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윤 대통령에게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혼자만 주목받을 수 있도록 스포트라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여당의 가장 선봉장 역할을 맡기는 것이 가시화된 만큼,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선 한 장관에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으라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을 겨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 사안이 상당히 민감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며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마무리를 하고 나오라는 의미도 당연히 포함돼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통화에서 “(개각은) 한 장관을 띄우면서 ‘마무리’도 맡기는 매우 중요한 핵심 작업”이라며 “윤 대통령에겐 한 장관이 총선 구심점 역할은 물론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책임까지 1인 3역을 하는 중요한 존재다. 올라운더에 리베로(공수 가능) 역할을 하며 공수를 모두 겸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 원장은 한 장관에게 대중의 관심이 너무 집중돼도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장관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만큼, 정부 여당에게 위험 부담도 크다”며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각화를 위해 원희룡 장관도 등판시키고 하겠지만, 한 장관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게 정부 여당 입장에선 아슬아슬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개각을 통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을 각각 지명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오영주 외교2차관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이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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