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광훈 주도 집회’로 정치 재개 “걸림돌 딱 한 사람 붙잡을 테니 기도해 달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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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지배 이겨내야”…이재명 겨냥 “제가 희생하겠다”
전광훈 “웬만해선 내 맘에 안 드는데 간증 잘하네”
2년 전엔 “전광훈, 국가 논할 자격 없는 사람” 평가
4일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해 간증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너알아TV' 캡처
4일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해 간증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너알아TV' 캡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4일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간증했다. 후임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첫 행보로 전 목사 집회를 찾은 것이다. 원 장관은 2년 전 전 목사를 향해 “국가를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저녁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해당 집회는 전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와 열띤 ‘원희룡’ 구호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원 장관은 약 40분 간 간증을 이어나갔다. 그는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이게 처음 일정”이라고 운을 떼 다시 한 번 박수를 받았다. 이어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과 손잡고 기도하며 함께 가겠다”고도 말했다.

원 장관은 “저는 유산을 많이 물려받았다. 돈은 아니고 신앙을 물려받았다”며 본인이 평양에서 출발해 제주로 건너온 이기풍 목사가 개척한 교회 소속 장로의 둘째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모님께서 90세 되실 때까지 평생 새벽기도를 멈추지 않으셨다”며 “어릴 때부터 늘 가정예배를 드리고 성경에 익숙했다. 아버지께서 자식 중 한 명은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했는데, 저희 형이 목사가 됐다. 형님이 다른 길로 갔으면 아마 제가 목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신앙을 강조한 원 장관은 “제주지사 때 제게 시험이 닥쳤었다”며 “한라산 산신제를 지사가 직접 지내도록 하는 법이 있었는데, 제가 장로 둘째 아들인데 너무 어려웠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탄핵 당할 것을 각오하고 끝내 제사를 거부했다”고 밝히며 이를 일제 시절 ‘신사참배 거부운동’과 빗대기도 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의 기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대장동) 일타강사로 열심히 선거 뛰었는데 0.73%p로 겨우 이기는 것 보고 충격을 받아서 이후 계속 악몽을 꿨다”며 “우리나라가 갑자기 평양에 가 있고 나는 감방에 가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과 교회가 다 탄압받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결심했다. 5년 만에 정권 교체해준 게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인데, 남 원망하지 말고 나부터 제대로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부터 새벽에 눈이 떠져서 매일 책상에 앉아 ‘주님’을 외치고 있다”고 간증했다.

원 장관은 간증 말미에 “공산화를 막고 자유 대한민국,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게 두 번째 점프였다면, 세 번째 점프는 공산주의와 이념에 의한 인간의 지배와 우상화를 꿈꾸는 북한, 그리고 주변에 이런 기운을 믿음, 헌신, 희생으로 이겨내고 자유, 복음, 통일을 이룰 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는 제사장 나라로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젠 정치 영역에서든 내면의 영역에서든 여러분들처럼 손잡고 함께 하나님의 주권을 세워나가는 일에 앞장서고 헌신하겠다”며 “눈물로 기도해 달라.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하며 간증을 맺었다.

이후 집회 사회자가 연단에 올라 ‘원 장관님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참석자들에게 여러 차례 물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원 장관은 “저는 앞으로 다가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자꾸 어디 나가느냐 묻는데,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딱 한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정면 대결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집회에서 원 장관과 전광훈 목사가 직접 조우하진 않았다. 다만 원 장관 간증이 끝난 이후 연단에 오른 전 목사는 “원희룡이 간증 잘하네.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라고 평가했다.

원 장관의 전 목사 집회 참석을 두고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8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전 목사가 입당시킨 것으로 파악되는 당원 900여 명에 탈당을 권유하는 등 전 목사와 어렵사리 거리두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취재진에 “다른 것도 아니고 정치 재개 첫 행보로 하필 전 목사를 찾아가느냐”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 역시 코로나19 국면이던 지난 2020년 8월 당시 전 목사가 주최하는 8‧15집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현직 의원들을 향해 “카메라에 주목받는 데 굶주려 있나”라고 비판하며 전 목사를 향해서도 “교회 이름이 사랑제일교회던데 이게 무슨 사랑이냐“며 ”전 목사는 공적인 자리에 나서서 국가를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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