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대신 ‘사탄’이 스멀스멀?…“차익실현, 반락에 주의해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업고 자산 시장 잇따른 ‘랠리’
“시장이 너무 앞서가…‘골디락스’ 비현실적” 경고도

금리 인하 전망 속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아직은 금리 인하 시기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경기 둔화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성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차익실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현지 시각) 산타클로스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하는 행사가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주최로 열렸다. ⓒ 로이터=연합
2일(현지 시각) 산타클로스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하는 행사가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주최로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식도 코인도 금도 ‘너무 올랐나’…잇따라 약세 전환

5일 국내 증권시장은 파란 불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0.82% 하락한 2494.28, 코스닥 지수는 1.83% 하락한 813.38에 장을 마감했다. 수급별로는 두 시장 모두에서 기관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72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467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국내 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은 간밤 뉴욕 증시가 ‘쉬어 가는’ 흐름을 보인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욕 증시는 5주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1%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54%, 0.84% 하락했다. 이보다 하루 전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지난해 1월과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시장 뿐만 아니라 금과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 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간밤 2.27% 내린 온스 당 2042.20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인 지난 1일 2089.7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내렸다. 비트코인 가격도 이날 글로벌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4만100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날 새벽 4만23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떨어졌다.

주요 자산시장이 잇따라 횡보 흐름을 보이는 것은 ‘차익실현’ 때문이란 분석이다. 강재현·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특별한 이슈가 부재한 가운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했다”며 “과도했던 상승에 대한 단기적 차익실현 수요가 발생하고 있거나, 많이 올랐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으로 옮겨 가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가 5주 만에 하락 전환한 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 로이터 = 연합
뉴욕 증시가 5주 만에 하락 전환한 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금리 인하 기대감 과도하다”…“물가지표 주목해야”

관건은 이 같은 횡보세가 일시적일지, 향후 하락세로 이어질지 여부다. 지난달 2일 나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이후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에 지난 11월부터 금리 인하 전망이라는 호재가 가격에 미리 반영되면서, 증권시장을 포함한 자산 가격이 크게 급등했다. 다만 이 같은 상승 흐름이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반응이 대체적이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3월에 나올 경제 데이터가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은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경기 둔화가 기업의 이익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증시가 위험하다”며 “많은 사람이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를 부르고 있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한 보고서를 냈다.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도 “연준이 내년 중반 이후에야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며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계 심리가 확산하면서, 일단 짧게는 이달 중순, 길게는 내년 1분기까지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당장 오는 6일(현지 시각) 미국의 고용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11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고, 12일에는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에 발표될 미 11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여지가 있지만 코어 소비자물가가 전망치에 부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보다 앞서가고 있는지는 코어 소비자물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내년 1분기 이들 물가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