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회동’ 성사? 몸 푸는 이낙연에 몸달은 이재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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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전문가’ 김종인 만난 이낙연 “나의 기다림도 이제 바닥”
‘이낙연 신당’ 가능성에 野일각 “尹심판론 붕괴…봉합해야”

총선을 4개월 여 앞두고 야권의 분열 조짐이 감지된다. 그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해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 구심점으로 이낙연 전 대표가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이 전 대표 역시 ‘창당 전문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데 이어 ‘개딸’(이 대표 팬덤)을 강하게 비판하며 창당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미풍’이 될 것이라 자신하는 분위기지만, 물밑에선 총선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당 일각에선 조만간 이 대표가 ‘선거제 개혁’과 ‘공천 개혁’ 등을 고리로 이 전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칠어진 이낙연,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 패배 다음 달인 6월7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통일과 외교 등을 연구하며 정치와는 거리를 둬 왔다. 그랬던 이 전 대표가 지난 6월24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 야권 일각에선 ‘정계 복귀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가 귀국과 동시에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후 강연 활동과 SNS를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온 이 전 대표가 최근 들어서는 보다 ‘날이 선’ 비판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의 화살은 비단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당 내부를 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거 민주당에 비해 총선 경쟁력도, 당내 민주주의도 퇴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다.

이 전 대표는 전날(4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당에 대해 극도로 발언을 자제했으나 그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내부 위기의식에도 (당이) 달라지지 않아 나의 기다림도 이제 바닥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SBS라디오에선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야권에선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당에서 ‘공간’을 찾지 못한 이 전 대표가 당 밖에서 기회를 엿볼 것이며, 이 길을 같이 걸어갈 ‘우군들’이 적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최근 ‘창당 전문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회동한 데 이어 김부겸 전 총리와도 두 차례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정세균 전 총리, 김해영 전 의원 등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野일각 ‘尹정권 심판론’ 금 갈까 우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당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난 3일 이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청원까지 제기됐다. 해당 청원은 지난 3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처음 게시된 이후 이날 오후 기준 1만9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한 달 내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당은 공식 답변을 내야 한다.

당 일각에선 ‘이낙연 신당’이 실제 창당된다 해도 파급력이 저조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신당을 창당하려면 ▲대선 주자급 인물을 구심점 삼아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고 ▲지역이나 재정적 기반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 중 이 전 대표의 인지도와 경륜을 제외하고는 다른 ‘성공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임부대변인은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 내부 ‘밥그릇 싸움’에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당을 만든다는 건데, 그런 신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창당 전) 지난 정부가 국민들의 평가를 받았던 부분에 대한 본인(이 전 대표)의 피드백부터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 특히 ‘표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총선 앞 분당은 필패’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회동을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7월28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약 2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하며 당의 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 정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윤석열 정권 심판’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이 대표도 그 상황은 막고 싶을 것이고 (갈등) 봉합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명계가 요구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이나 공천 개혁은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이낙연 탈당 요구’에 자제를 부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무너진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려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의 의견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반론을 자유롭게 말하며 민주적 토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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