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빼고 다 바꾸겠다더니…‘용두사미’로 끝난 인요한 혁신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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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변화’ 내세우며 출범…지도부와 갈등 끝 42일만 좌초
인요한 “김기현에 감사” 자평에도 與일각 “김기현 책임져야”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지난 10월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64·존 린튼)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선 수락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내려와야 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변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말 안 들으면 매 들 수 있다”며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전면적 혁신’을 압박했다.

이후 42일, 야심차게 닻을 올린 인요한 혁신위가 7일 결국 좌초됐다. 혁신위는 당초 오는 24일까지 총 60일간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김기현 지도부와의 갈등과 혁신위 내홍이 겹치면서 항해를 중단했다. 혁신위가 강조했던 계파 간 통합도,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도 끝내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인요한 혁신위’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결국 조기해산…인요한 “尹·김기현에 감사”

인요한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의 갈등설은 이른바 ‘중진‧친윤 불출마‧험지출마론’을 계기로 촉발됐다. 당초 인 위원장은 혁신위 공식 안건이 아닌 하나의 제안으로 이 같은 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 당사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반발하거나 침묵하자, 혁신위는 해당 안을 공식 안건으로 올리면서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를 향해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배수진은 통하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회동했지만 15분 만에 끝났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희생’ 혁신안 요구에 “긴 호흡으로 지켜봐 달라”며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인 위원장은 회동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살려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회동 후 인 위원장의 선택은 ‘조기 해산’이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오는 11일 당 최고위원회 안건 보고를 끝으로 혁신위 활동은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 대표를 비판하는 대신 감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대통령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는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혁신위원들한테 제일 고맙다. 이분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걸 잘 파악했다”며 “우리는 50%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50%는 맡기고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 실패 ‘김기현 책임론’으로 이어질까

일각에선 ‘통합’을 강조했던 혁신위가 정작 내부 갈등에 휘말리면서 ‘혁신 동력’이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혁신위 내부에서 최근까지 일종의 ‘계파 갈등’ 양상이 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현 지도부와의 단합을 강조하는 위원들과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위원들의 공천 및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 등이 언급되면서 위원들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도 앞서 띄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와 같이 정해진 활동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빈 손’으로 퇴장하게 됐다. 앞서 야당인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내놓으며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격론 끝에 추인이 불발됐다. 이후 ‘노인 폄하’, ‘코로나 세대 학력 저하’ 등 김은경 위원장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며 혁신위의 종료를 앞당겼다.

인요한 혁신위가 좌초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이 언급되는 모습이다. 동시에 인요한 혁신위를 띄운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강서 보궐선거 참패’ 후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당내 분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서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서 “지도부가 보궐선거 건에 대해 어떤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에도 한 달 동안 보여준 것이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혁신위의 ‘비대위 전환’ 요구를 거부하면, 국민들은 여당이 진짜 ‘답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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