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는 거들 뿐…문재인 세 총리, ‘이재명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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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선거제 및 李 사법리스크‧팬덤 비판…김부겸·정세균 입에도 주목
前총리 3인 신호에 비명계 연쇄 이탈 가능성…“李에겐 가장 치명적일 것”
(왼쪽부터)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연합뉴스
(왼쪽부터)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연합뉴스

‘이재명의 민주당’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한 지붕 아래서 이재명 체제를 지켜봐 온 ‘선배 정치인’들이 참다 못 해 비판을 쏟아내면서 당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아직은 ‘따로 또 같이’ 목소리 내고 있는 김부겸‧이낙연‧정세균 등 ‘문재인 정부 세 총리’가 본격적으로 연대할 경우, 이 대표에겐 총선 전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자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일선에서 떨어져 있던 세 전직 총리들이 본격적인 ‘참전’을 결심한 계기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제 회귀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는 스스로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제 등 ‘정치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최근 병립형 회귀를 넌지시 시사한 후 줄곧 침묵하고 있어 당 안팎의 잡음이 부풀어왔다.

이들은 이 점을 콕 집어 이재명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을 시작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월28일 본인의 싱크탱크격인 ‘연대와 공생’ 토론회 자리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민주당이)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보다 하루 전 김부겸 전 총리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를 과거로 되돌리거나 위성 정당을 만드는 건 “정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당에) 기여할 상황이 되면 움직이겠다”고 여지를 뒀다. 최근 이 전 대표‧김 전 총리와 각각 따로 만남을 가진 정세균 전 총리도 이들과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비(非)이재명계 한 의원은 세 총리를 비롯해 안팎의 비명계 의원들이 최근 이재명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에 더욱 충격을 느꼈다고 전했다. 해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이 발언이 보도되자 그나마 강점으로 꼽혀온 ‘이재명 정신’, 즉 불리하더라도 강하게 밀어붙이던 과거 비주류 정신마저 이제 사라졌구나 하는 얘기가 오갔다”며 “이 점에 저분들(세 총리들)도 ‘이대로 두면 안되겠구나’ 더욱 심각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두고 ‘노무현 정신의 부정’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중 낙연’, 이미 결단했을 것”…비명계 줄이탈할까

일각에선 이들이 선거제 비판으로 ‘이재명의 민주당’과 결별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끝내 병립형 회귀로 결론을 내릴 경우, 이를 민주당과의 결별 및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늦어도 연말 이내에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최종 결정할 경우, 그 시점에 맞춰 이들, 그리고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당내 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당 안팎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해당 시점을 전후로 해, 이미 당과 결별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선거제 비판을 출발로 해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강성 발언들이 그 방증이란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개딸 팬덤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직격하며 더 이상 ‘공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어떤 걸 내놔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 “일주일에 며칠씩 재판에 가는데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 “강성지지자들로 인해 당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 “기다림에 바닥이 났다”는 등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은 “‘엄중 낙연’이라 불려 온 이 전 대표가 이 정도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건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출당’을 요구하는 민주당 청원글을 직접 삭제 지시하며 ‘소통’을 시도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별 의미 없다”며 반갑지 않은 내색을 보였다. 현 체제 그대로라면 만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거취를 결단하지 않는 한 이 전 대표의 결별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비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통합 코스프레’에 들러리 서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며 “(이재명 대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자신을 돌아 세울 방법은 없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전면에 나서길 조심스러워 하는 김부겸‧정세균 두 총리와의 접점도 점차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이미 이재명 체제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총리와 만나) 당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정 전 총리도 많이 상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전 총리는 “여태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가장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이원욱 의원에 의해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결정‧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를 향한 당내 반목이 커질 시, 세 총리의 연대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이재명 체제에 ‘변화할 시한’을 주며 벼르고 있는 ‘원칙과 상식’ 등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연쇄 이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열은 공멸…이재명이 세 총리 이탈 막아내야”

이재명 대표를 향한 안팎의 대립각이 선명해지고 있지만 친(親)이재명계에선 여전히 분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친명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7일 세 총리의 움직임에 대해 “다 민주당에서 성장했고 민주당이 키워냈으며, 민주당 당원들의 사랑을 받던 지도자들”이라며 “전혀 (이탈할)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역시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안민석 의원 역시 “이낙연 신당은 호남에서조차 외면 받을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하는 현역 의원들은 한 분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창당 가능성을 역시나 낮게 봤다. 그러면서 “이재명‧이낙연 두 분이 만나 당내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며 그것이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세 총리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범친명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통화에서 “이재명‧이낙연이 분열해 총선을 치르는 건 그야말로 공멸”이라며 “이재명 대표로서도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OB들의 이탈은 그 어떤 리스크보다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계속해서 이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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