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금융] 2024년에도 반도체와 AI 고공행진 이어진다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6 12:05
  • 호수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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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반도체 관련주가 국내 주식시장 견인
내년엔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IT 섹터에 대한 기대 확대 전망

2023년 주식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주가지수는 16%나 올랐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13%, 23% 상승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섹터의 선전이 눈에 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연간 32%에 이른다. 3위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가 72%나 급등했다. 개별종목이 아닌 섹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 후공정 지수로, 오름 폭이 올해 97%에 이른다. 반도체 소부장 지수도 68%, 반도체 전공정 지수는 57%, 시스템 반도체 지수는 43% 각각 상승했다. 반도체 이외에도 이차전지 소부장 지수가 82%, 의료기기 소부장 지수도 38% 각각 상승해 IT 관련 섹터의 강세를 보여줬다.

올해도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은 부재했으나, 반도체 업계는 공급 축소를 통해 수요 부진에 대응했다. 단순히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감소시키면서 생산 규모를 현상 유지하는 방식보다 적극적 대응 전략인 감산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부터 반도체 감산 폭을 크게 늘려 현재 34% 내외 감산을 실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25% 수준의 감산을 실시하고 있다.

2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 개회식에서 조지프 마크리 AMD 부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공급 축소로 수요 하락 앞질러

이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반도체 재고 공급 과잉은 2023년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되고 있다. 2021~22년에 이어졌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2022년 말부터 공급 과잉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생산업체의 공급 조절과 주요 제품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2023년 3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으며, 2024년 1분기부터는 일부 공급 제약 또한 예상되고 있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학습에 대한 수요 폭증은 GPU와 이를 지원하는 HBM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GPU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219%나 폭증했다. HBM3를 사실상 독점한 SK하이닉스는 DDR5 전환 역시 가장 빠르게 진행하며, D램 3사 중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램 매출액, 영업이익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스마트폰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3년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 회복 중이다. 3분기에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이 2개월 연속 상향 조정됐으며 연말 성수기 수요를 대비한 출하량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시장은 전년 대비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인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중심으로 스마트폰 출하량 회복이 가파르다.

특히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4년 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보수적인 출하가 이어지며 현재 재고 수준이 정상화됐고 9월에는 생산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국 외에도 인도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단일 지역 기준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는 올해까지 스마트폰 소비가 부진했으나 많은 인구와 여전히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54%)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스마트폰 업체들은 폴더블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화면 확대 및 태블릿과 노트북 영역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2100만 대로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단말기 자체에 On-device AI를 구현함에 따라 반도체 탑재량의 비약적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2023년 글로벌 서버 출하량은 연간 기준으로 10% 감소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AI 서버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일반 서버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글로벌 서버 출하량은 연간 6~7% 성장하며 반도체 수요 반등을 견인할 전망이다. 한편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3년 535억 달러에서 2025년 843억 달러, 2027년 1370억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AI 학습을 위한 시스템 구성에 구조적인 투자 증가가 지속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따라 HBM 반도체도 성장이 예상된다. HBM 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2024년 148%, 2025년 57% 성장을 예상한다.

10월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에서 관계자가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AI 관련 기술 발전 지속될 전망

반도체 가격의 반등 흐름은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면서 PC, 스마트폰 업계의 반도체 주문 증가로 10월 반도체 가격은 반등했다. 반도체 가격이 지금 가장 저렴하다는 수요처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시기적으로 2024년 2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2023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4분기부터 전년 대비 성장세로 전환했다. 완만한 업황 개선과 함께 반도체 수출 성장률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 개선될 전망이다.

2023년이 챗GPT의 화려한 등장과 발전 속도에 놀랐던 해라면, 2024년은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삶에 들어오는 원년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로봇의 발전에 주목한다. 기존의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움직였기 때문에 다양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일일이 프로그래밍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대형 언어 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활용하면 로봇의 인지·판단·제어 능력이 개선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잠재력이 확인되면서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생성 AI 기술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화, 상용화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어도비가 기존 포토샵에 생성 AI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주가가 상승했듯이 내년에는 대다수 기업이 기존 제품에 AI를 통합해 판매가격을 인상하거나 점유율 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정확도와 신뢰도, 사용 편의성, 저작권 이슈 등이 해결되고 원가도 점차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GPT-4를 출시했고, 최근 출시한 GPT-4 터보는 입력 데이터 용량을 대폭 늘려 사용자의 의도에 보다 부합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이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인공지능 관련 모멘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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