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이재명”…野 선거제 확정은 분열의 신호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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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논쟁 맺을 14일 의총 앞두고 ‘폭풍전야’
원로들 비판‧설문지 논란에 이탄희 불출마까지…이탈 가속화 우려
11월30일 국회에서 본회의 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11월30일 국회에서 본회의 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를 확정지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이재명 지도부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병립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에 반대하는 당 안팎 인사들이 막판 사투를 벌이고 있다. 비명계(非이재명계)의 이탈과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친(親)명 주류들의 주도로 선거제가 회귀할 경우 당 분열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13일 선거제 개혁에 앞장서 온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국회와 당을 향해 “선거법만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을 겨냥해 “멋있게 이기자. 멋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꾸고 대선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와 위성정당방지법 처리 촉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이날 선거제 개편 관련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총선 불출마를 결단하며 당을 향해 최후의 호소를 한 것이다.

 

당 원로도 친명 일부도 “국민 배신하면 패배”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다른 의원들도 지도부를 향해 막판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돼 온 3선 김두관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약속을 지키면 이기고 국민을 배신하면 진다”고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선거제도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정치개혁 공약으로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동형이 도입되면 민주당이 제1정당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이상보다 현실을 챙겨야 한다’는 여론으로 점차 기울어갔다.

김 의원은 오히려 병립형 회귀가 총선에서 ‘패배’를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립형 야합을 하면 민주당은 분열‧분당되고 야당이 난립해 수도권 박빙 지역은 백전백패할 것이 뻔하다”면서 “이준석 신당을 제3당으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여권연합’을 승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주도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날부터 실시한 ‘선거제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날 시사저널이 입수한 설문지에 따르면, 설문 문항에서부터 ‘병립형’으로 답변을 유도하고 있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어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전날 “이미 지도부는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의총에서 가닥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행하고 있는 의원과 당원 대상 선거법 설문조사도 설문 문항의 편향성 때문에 그 일환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결정해야 할 핵심 쟁점은,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 약속을 이렇게 쉽게 위반해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라며 “(선거제는) ‘답정너’ 의총과 설문조사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포함된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들은 이달 내 당의 변화가 없으면 ‘결단’하겠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이 바로 당의 선거제 결정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의원들 뿐 아니라 원외 ‘선배 정치인’들의 발언 수위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정세균 등 이른바 ‘문재인 정부 세 총리’가 선거제 회귀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며 이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둘씩 ‘따로 또 같이’ 연쇄 회동을 가진 세 총리는 이재명 대표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을 ‘정치 퇴행’으로 규정, 기존 선거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6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연동형 유지한다면 탈당 세력의 명분 약해질 것”

선거제를 둘러싼 논쟁이 점차 극한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지도부의 선거제 확정 이후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선 이처럼 사태를 키운 데에는 이 대표의 서툰 대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선거제와 관련해 이어진 질문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 모드’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열린 의원총회에선 선거제와 관련한 소속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도중에 이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처럼 장고를 이어가던 중, 지난달 28일 공식 석상이 아닌 개인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던져, 당내 불필요한 반발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결단할 경우, 이는 당 통합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아쉬운 결정이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연동형 유지’를 택했다면 자신에 반발해 당을 이탈하고 있는 세력들의 탈당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연동형은 민주당도 과반 이상을 얻고 우호적인 야당도 비례의석을 얻어 다당제 정치개혁과 함께 연합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며 “뛰쳐나가려는 세력들의 탈당 명분을 없애고 하나된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14일 의총에서도 막판까지 선거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현행 준연동형으로는 5~10석 이상 의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등의 위기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병립형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날 이탄희 의원의 불출마를 비롯해 당 원로들의 하나된 비판 메시지, 이재명 대표의 공약 번복에 따른 신뢰 문제 등을 지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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