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파트 가격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l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0: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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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요 감소와 매도 물량 증가’로 요약돼
전망보다 시장 변동 원인에 주목할 때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를 분석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찾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다음,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부동산도 다른 재화들처럼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하락하고,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상승한다. 반론의 여지는 없다. 따라서 가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먼저 전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수요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은 투자와 실수요군으로 나뉜다. 투자하려고 집을 사는 사람과 실제로 거주하려는 수요자로 나눌 수 있다. 사용이 가능하면서 투자도 할 수 있는 재화로는 부동산이 유일하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요 감소와 매도 물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올해도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요 감소와 매도 물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면 집값 변동을 일으키는 수요는 어떤 것일까. 2019년 이후 월별 갭투자를 살펴보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2020년 서울 아파트 갭투자 건수는 월평균 2059건에 달했다. 매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에서 31%가 갭투자, 즉 투자 수요였다.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던 것이다. 최근 상황은 어떨까. 2023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갭투자 건수는 222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감소하던 투자 수요가 2023년 2월 이후 증가했으나 10월부터 다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시장가격 변동을 일으키는 수요는 이 급변하는 투자 수요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투자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갭투자, 3년 만에 ‘10분의 1 토막’다음은 공급이다. 주택 가격을 움직이는 공급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택 공급은 현재 존재하는 주택의 양을 말한다. 즉, 주택 건설 건수를 공급으로 해석한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다고 한다. 주택 건설을 공급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건설을 줄이면 공급이 감소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파트 입주 물량과 매매가격 변동을 비교해 보자. 입주 물량이 많다는 것은 아파트를 많이 지었다는 말이고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 공급이 줄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주 물량 변화에 따라 가격은 어떻게 됐을까. 2000년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과 매매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상관관계가 낮게 나온다. 오히려 아파트 입주가 증가할 때 집값은 상승했고 입주가 감소하면 가격은 하락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가격이 오르면 건설사들은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을 줄인다. 즉,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 양은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이 아니고 오히려 가격에 종속되는 변수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어떤 공급일까.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매입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무엇인가. 누군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다. 보유하고 있던 집을 파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려고 시장에 많이 내놓으면 공급은 증가하고 팔지 않으려고 매물을 거둬들이면 공급은 감소한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는 투자 수요, 공급은 매도 물량인 것이다.

투자 수요·매도 물량·전세·매매 비율이 변수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투자 수요와 매도 물량을 예측하면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도 가능하다. 2024년 주택 투자 수요는 어떻게 될까. 투자 수요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갭투자가 증가해야 한다. 갭투자에서는 전세·매매 비율이 중요하다. 전세·매매 비율이 상승하면 갭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갭투자가 추세적으로 증가한 기간의 전세·매매 비율은 60% 이상이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현재의 전세·매매 비율은 51%에 불과하다. 갭투자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던 기간과 비교해 10%포인트 낮은 상황이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전세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갭투자가 증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매도 물량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주택을 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증가한다. 이 매도 물량을 전망하기 위해 집을 파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 보자.

서울 주택시장을 보면 최근 10년을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매도가 증가하고 있다. 10년 이상 아파트를 오래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집을 파는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10년 동안 서울 보유하고 있었다면 집값 상승률은 두 배 이상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수록 투자수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매도 물량이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투자든, 내 집 마련이든 집을 살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이 투자 수요와 매도 물량, 전세·매매 비율 추이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투자 수요 감소와 매도 물량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전망을 하면서 가격 변동 요인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명하게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맞지 않는 전망에 매달리기보다는 가격이 어떻게 변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급변하고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 전망보다 대응이 중요한 시대다. 한국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망보다 시장 변동 원인에 대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한국 아파트 가격은 무엇이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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