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즉시 막아선 尹대통령…역풍 달랠 카드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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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여론 반대에도 거부권 행사…“총선 여론조작 목적” 규정
‘김건희 리스크’ 우려는 그대로…‘제2부속실’ 카드 뒤늦게 만지작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 다음 국내 행사로 곧바로 출발하기 전 함께 귀국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23일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쌍특검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로 법안이 이송된 지 하루 만이다. 높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주저 없이 특검 법안을 멈춰 세우면서, 다가올 총선에서의 역풍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제2부속실 설치’ 등 대안을 검토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지만 마땅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가족 의혹과 관련된 특검 법안을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으로 막아선 건 헌정 사상 최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쌍특검 법안은 이제 국회로 돌아와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쌍특검 법안에 대해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총선용 여론조작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중으로 과잉수사를 해 인권이 유린당하고, 총선 기간 친야(親野) 성향의 특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파장이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에 대해선 “12년 전 (대통령이) 결혼도 하기 전의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국민의힘도 이날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거대 야당의 술수에 맞선 정당한 처사이자, 정치적 혼란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선교란용’, ‘사법방탄용’ 특검법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거부권 반대’ 여론 보수층에서도 우세

윤 대통령과 여당의 단호한 입장에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의 역풍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여론이 모두 과반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중도층은 물론, 여권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과 TK(대구‧경북)에서도 거부권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특히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해 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수사를 고려하겠나’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1%가 ‘고려할 것’(33% 매우 고려, 18% 대체로 고려)이라고 답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차기 총선 표심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여권에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되 총선 전 ‘김건희 리스크’를 덜어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카드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이 저지른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자리로,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8년째 공석이다. 제2부속실의 경우 대통령 부인의 활동을 보좌하는 부서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 때 폐지를 공약했고 집권 후 실제로 설치하지 않았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집권한 후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관련한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를 촉구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2부속실’ 설치하나…민심 달래기 효과는 글쎄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민 대다수가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며 김 여사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권의 잇단 요구에도 그동안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고수했던 기존 방침에 변화를 준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선 여야 추천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의 자구책이라는 일부 지적을 의식한 듯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제는 특검 법안과는 관련 없다는 게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고 제2부속실 설치 등 김 여사 리스크 방지를 위한 약속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어떤 카드를 내놓든 특검을 요구해 온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부담이 커질 경우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로 돌아온 특검 법안에 대한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내 총선 역풍을 우려한 반란표가 적잖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재표결 시점을 두고 벌써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총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재표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당장 계획이 없다”며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에 대한 검토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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