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입’ 김홍국 “尹, 자신과 가족에게만 관대…레임덕 이미 시작”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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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 서대문갑 출사표 던진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DJ도 ‘상인적 현실감각’ 강조…민주당, 총선 승리의 길 찾아야”
“인요한 경쟁자로 나오면 ‘빅 매치’ 성사…정치, 패기만으로 안 돼”

‘서울 서대문갑’은 22대 총선에서 손꼽히는 관심 지역구가 됐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 4선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서대문갑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피 튀기는 내부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수진 의원(비례)과 황두영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포스트 우상호’를 자처하는 도전자가 가세했다. 주인공은 김홍국 전 경기도청 대변인이다.

김 전 대변인은 자타공인 ‘이재명의 입’으로 불린다. 언론인 출신인 김 전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 지근거리에서 이 대표의 행정‧리더십 스타일을 익힌 그는 서대문갑에서 ‘이재명의 입’이 아닌 ‘서대문의 일꾼’으로 홀로서기에 나서겠단 포부다. 시사저널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미래행복연구소’ 사무실에서 김 전 대변인을 만나 21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22대 총선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었다.

2024년 1월3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미래행복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시사저널 이종현
2024년 1월3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미래행복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시사저널 이종현

전날(2일) 이재명 대표가 부산 일정 중 피습을 당했다.

“놀랐다. 소식을 듣고 바로 (서울대학교) 병원에 다녀왔다. 정치인 테러는 증오로 가득한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런 극단적 폭력은 과거 군부독재 이후 표출된 적이 없다. 묵과해선 안 된다. 최근 사망한 배우 이선균씨처럼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공권력의 무리한 강압조사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서로 소통, 화해, 협력하는 정치의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물론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치인 테러이자 살인미수로 명확히 규정해야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치권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된 정치문화에 대해선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 얘기도 못하면 정치 못한다.”

‘이재명의 입’으로 불린다. 이 대표와의 인연이 있나.

“이 대표가 당 부대변인일 때 기자로서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이 대표가) 정치적 주목을 크게 못 받았는데, 성남시장이 된 후 만났을 때 놀랍게 발전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쉬지 않고 핸드폰으로 도민들에게 일일이 답변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도 봤다.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계속 소통하며 이 대표의 탁월한 유능함과 리더십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의 입으로 활동하면서 저도 함께 정치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이 대표의 유능함을 확인한 사례를 꼽아본다면.

“이 대표는 정책 개발을 위해 새벽 2~3시까지 잠도 안 자면서 일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빠르게 결단했다. 일례로 ‘어린이 건강과일’ 정책을 만들어 어린이와 임산부가 있는 각 가정에 신선한 제철과일을 무료로 배송하게끔 했다. (이 대표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시들어가는 바나나만 먹어봤던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고안했던 정책이다.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기위해 자신의 아픈 경험을 살리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유능한 행정, 유능한 정치는 무엇인지 배웠다.”

사무실에 보니 김대중 평전, 사진이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탁월한 지도자였다. 죽음의 위협, 박해, 망명을 극복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리더십’이 ‘김대중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들은 ‘김대중 리더십’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싸워야할 때 적극적으로 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 변절, 박해에 맞서 싸웠다. 두 분은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용서의 가치를 전파했다. 이 대표도 검찰 공안 통치와 끊임없는 조사, 압수수색 등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무조건적 이해와 양보를 바랄 수 없다. 지금은 민주당이 싸워야 할 때다. 잘못된 사회시스템과 윤석열 정부에 대항‧단합해서 저항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비이재명계는) 무조건 당대표한테 물러나라는 목소리만 낸다.”

이 대표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인데.

“정치는 이상주의만 갖고 해결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상인적 현실감각’도 갖춰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국정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조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병립형 선거제를 배제해선 안 된다. 이상만 쫓았던 정치인은 과거부터 실패했다. 이게 ‘DJ(김대중)식 정치’였고 노무현도 이 길에 공감했다. 이 대표가 많은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얘기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떤 선거제가 적합한지 논의하고 설득해야 한다.”

2024년 1월3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미래행복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시사저널 이종현
2024년 1월3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미래행복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 ⓒ시사저널 이종현

‘서대문갑’ 출마 계기가 궁금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한민국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민생이 암담하다. 기업의 도산이 이어지고 사회적 약자는 외면 받고, 정치는 끝없는 대결의 연속이다. 정치를 통해 이런 상황을 타파하는데 일조하고 싶었다. 특히 서대문과의 인연이 깊다. 1983년 연세대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를 거쳤고, (서대문 소재) 경기대에서 박사를 했다. 또 아들 때문에 학교 운영위원장도 4년간 했다. 작년 부모님 임종까지 제 인생의 생애가 담긴 곳이 서대문이다. 안 가본 골목이 없다. 안산에 매일 올라갈 정도로 사랑하는 지역이다.”

이수진 의원 등 ‘포스트 우상호’를 자처하는 당내 경쟁자들이 많다. 공천 자신하나.

“이 지역의 대학과 경제, 문화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또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 등 중앙당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내가 서대문을 발전시킬 적임자다. 물론 다른 분들도 민주당의 동지이자 홀륭한 분들이다. 다만 그분들은 이곳에서 대학을 나오지도, 아이를 낳지도, 살지도 않았기에 서대문을 잘 모르는 분들이다. 특히 저는 언론인과 행정가를 거치며 정치 현장 곳곳을 경험했다. 정치는 패기와 의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서대문갑에서 여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본선 경쟁력 자신하나.

“(민주당 지지세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은 맞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그동안 민주당이 서대문갑에 대한 지원, 소통에 취약했다. 강남은 엄청난 세수가 투입됐는데 서대문은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나아졌을 뿐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교통 상황도 문제다. 지역 내 영화관이나 문화센터도 적어 불만이 쌓였다. 다만 지난 대선과 지선은 ‘윤석열 바람’에 패배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특히 서대문갑 지역민의 40~50%가 호남 출신이다. 나는 호남에서 태어났으나 다른 후보들은 호남 출신이 아니다. 진보 성향, 호남 지역민들의 지지를 (내가) 받을 수 있다. 지역 연고와 출신, 경력을 볼 때 본선 경쟁력은 ‘김홍국이 최고’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구상 중인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

“서대문 경제침체가 너무 심하다. 부동산도 침체됐다. 마포, 은평과 함께 ‘서부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또 다양한 기업의 첨단 센터를 유치해서 서대문이 다시 번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관이나 문화센터를 유치‧건립할 것이다. 현재 지역민이 갈 수 있는 영화관이나 화랑 등이 너무 적다. 또 서대문 형무소와 항쟁 근거지인 신촌 등에 ‘보훈 벨트’를 만들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다. 홍대와 신촌을 연계해 상권 부활 프로젝트도 진행할 것이다. GTX와 서대문을 연계해 주민 교통편익도 늘리는 등 여러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로 인요한 전 위원장도 거론된다.

“가능성 높다고 본다. 나와 붙는다면 굉장히 재밌는 대결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연대 출신에 호남 출신이다. ‘빅 매치’가 될 것이다. 다만 인 전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데 실제 행동은 다르더라. ‘햇볕정책’과 달리 인 전 위원장은 북한을 압박하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한다. 혁신위원장으로서도 실패했다. 저는 한국사회를 위해, 그 분은 의료를 위해 전념하셨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를 줄곧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공정과 정의를 얘기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방송도 모르는 검사(김홍일 위원장)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된 것을 보라. 언론은 전문 분야인데 이해도 없는 자가 직을 맡는다.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를 보면 자신과 가족에게만 관대하고 본인을 겨냥한 지적은 다 무시한다. 잼버리 파행, 이태원 참사를 보면 정부에 책임지는 사람 한 명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레임덕(지도자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지금과 다른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 아무런 역할을 못할 것이다.”

출마 예비후보이기에 앞서 정치 전문가다. 차기 총선 스코어를 전망한다면.

“민주당 170석, 국민의힘 110석 정도로 예상한다. 냉정하게 본 수치다. 수도권 민심도 여당에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부산 엑스포를 실패하며 영남 민심도 좋지 않다. 호남 민심은 들끓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충분히 보지 않았나. 국민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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