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싼 동네에 병원 70%·의사 2배 더 많았다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4.01.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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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사고 진학률 3배 차이…보건·교육환경 격차 뚜렷
인구 대비 공원·체육시설도 고가주택 밀집지가 많아
5월24일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24일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서울 저가주택 군집지역의 인구 대비 병원 수, 의사 수가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비교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은 고가주택 군집지가 저가주택 군집지보다 약 3배 높았다.

8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도시 내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값에 따른 격차는 보건복지와 교육환경 부문에서 가장 뚜렷했고, 공공도서관·체육시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연구진은 서울 내에서 고가주택 군집지역으로 455개 기초구역, 저가주택 군집지역으로 1025개 기초구역을 분류, 교통·생활·보건복지·교육·문화체육 등의 거주환경 수준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병원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역이 2547개, 저가주택은 2521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조금 더 많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인구 1만 명당 병의원 수를 분석한 결과, 고가주택 군집지는 25.5개, 저가주택 군집지는 14.9개로 고가주택 지역이 약 70% 많았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도 고가주택 군집지는 50.9명, 저가주택 군집지는 22.2명으로 2배 넘는 차이를 나타냈다. 다만 저가주택 군집지에 인구 대비 응급실 수가 더 많았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까지의 거리도 짧았다.

두 지역 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 또 다른 지표는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이었다. 고가주택 군집지 내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고 및 자사고 진학률은 18.2%로 저가주택 군집지(6.0%)에 비해 약 3배 높았다. 고가·저가주택이 섞여 있는 비군집지 진학률은 9.2% 수준이었다. 인구 10만 명 당 공공도서관 수는 고가주택 군집지가 2.3개, 저가주택은 1.7개였다. 체육시설은 고가주택 8.1개, 저가주택 5.4개였다.

고가주택 군집지역 평균 주택 공시가격은 약 13억원, 저가주택은 약 2억원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저가주택 군집지를 공공병원, 의료원 설치 우선 지역으로 지정해 고가주택 군집지와의 병의원 및 의사 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원 입지는 민간에서 정하기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만, 공공병원을 저가주택 군집지에 정책적으로 집중하면 지역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저가주택 군집지의 중학교가 성적 향상에 대한 열망이 있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학급을 제공해 중학교 졸업생의 자사고 및 특목고 진학률 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과 보건복지 환경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교통환경 역시 격차 해소가 필요한 부문으로 지적됐다. 저가주택 군집지는 고가주택보다 인구 대비 지하철역 수가 적고, 정차 버스노선 수도 적었다.

연구진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이 지하철 및 버스 노선을 정할 때 저가주택 군집지 중 지하철역이 가깝지 않고, 버스 노선이 부족한 곳에 대한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 교통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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