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비상착륙’ 상공 5000m서 구멍 뚫린 보잉기…추락사고 전력 보니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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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 맥스, 2018·2019년 대형 추락 사고로 346명 사망
각국 운항 중단 후 점검…블룸버그 “제조상 문제 가능성”
비상착륙한 알래스카항공 1828편 기내 ⓒAP=연합뉴스
비상착륙한 알래스카항공 1828편 기내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비행 중이던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 동체에 구멍이 뚫려 비상 착륙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국이 해당 기종 운항을 중단하고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7일(현지 시각) 미 연방항공청(FAA)은 성명을 내고 “영향을 받은 항공기들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까지 해당 항공기들은 지상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FAA 발표에 따라 항공기 총 171대가 일시적으로 육상에 대기하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 항공사인 터키항공은 자사가 운영하는 737 맥스 9 항공기 5대의 점검을 위해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터키항공 측은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의 경우 처음 착륙하는 공항에서 대기 후 검사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또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앞서 내려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737 맥스 9 기종 검사명령을 따르기로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EASA가 운항 중단 조치도 했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항공 정보업체 시리움(Cirium)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고 있는 737 맥스 9 항공기가 총 215대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유나이티드 항공이 가장 많은 79대를 보유하고 있고 이번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가 소속된 알래스카 항공이 65대를 운영 중이다. 알래스카 항공의 경우 검사 대상 65대 가운데 18대는 이미 점검을 마치고 운항을 재개했다.

이밖에 코파 항공, 아에로멕시코, 터키항공, 플라이두바이, 아이슬란드 항공 등이 해당 기종 여객기를 운항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져 회항했다.

여객기는 약 1만6000피트(4876m) 상공에서 비행 도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동체에 큰 구멍이 뚫렸다. 이에 이륙 약 20분 만에 비상 착륙했다. 일부 경상자 외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승객들은 큰 폭발음이 난 후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갔고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구멍으로는 공기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큰 곰 인형, 승객의 셔츠까지 빨려 들어갔다.

당시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승객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창문’이 떨어져 나갔다는 소식을 서로 전달했다고 한다. 또 다른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는 소리도 들었으며 가족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하거나 부모에게 “너무 무섭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항공과 FAA,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제조 과정상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전직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에 난 구멍이 상황에 따라 막아두거나 출입구로 활용할 수 있게 제작된 부분으로, 조사관들이 해당 부분 제조상의 문제를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 항공 사고 여객기의 동체는 보잉의 부품 공급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에서 만들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사고조사 책임자를 지낸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 구제티는 “이번 사고는 제조상 결함의 모든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보잉이 제조상의 품질 결함과 관련해서 보인 모든 문제와 연관 지어서 이번 사고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737 맥스는 보잉의 주력모델이면서도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대형 추락 사고로 모두 346명이 사망해 전 세계에서 20개월간 비행이 중단됐던 전력이 있다. FAA는 2019년 3월 이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가 2020년 11월 해제했다.

지난달에는 한 국제 항공사가 정기 점검을 하던 중 737 맥스의 방향타 시스템에서 나사가 빠지거나 느슨하게 결합한 사례를 발견해 보잉이 전 세계 항공사에 점검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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