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vs “정당”…고발 사태로 번진 이재명 ‘헬기 이송’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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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의사회, 병원 업무방해 혐의로 이 대표 등 3명 고발
민주당, 병원 전원·헬기 이송 잡음에 “절차상 문제없어”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과정과 그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는 이 대표 이송 과정이 특혜 및 지역의료 비하로 점철됐다며 고발 카드를 꺼냈다. 국가 의전서열상 총리급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당한 전원 절차였다는 반론과 함께 ‘근거 없는 트집 잡기’라는 반발도 거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평택시의사회는 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천준호 당대표 비서질장, 정청래 의원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보다 외상센터 규모와 의료진 수, 1년에 치료한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의학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의 이송에 대해 “의료진에 대한 갑질·특혜 요구이며, 국민들의 진료와 수술 순서를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앞지른 새치기”라고 강조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날 천 비서실장과 정 의원, 민 교수를 직권남용 및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대책위 측은 부산대병원 일부 의료진이 반대했음에도 민주당 관계자들의 압박으로 전원과 이송이 강요된 측면이 있다며 “천 비서실장이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통화하던 전화기를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전달, 서울대병원 측과 수술 가능 여부 확인 후 전원을 결정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간 이송을 강요하고 다른 응급 환자가 헬기를 이용할 기회까지 박탈토록 한 사실은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고발 조치와 별개로 부산과 서울, 광주 등 광역지자체 의사단체는 이 대표 이송 부당함을 성토하며 줄줄이 성명서를 냈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4일 “환자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도 5일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구급차나 헬기 이송은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성명을 냈다.

이번 사안은 ‘지역의료 비하’ 논란으로도 번졌다. 지역의료 개선을 위해 앞장서겠다던 야당 대표가 정작 자신의 수술은 지역 병원을 등지고 서울행을 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피습 당일인 지난 2일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할 것 같다. 이 대표의 가족들이 원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기관을 자의적으로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국내 최고 수준의 한국형 외상센터”라고 덧붙였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1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 의전서열 총리급…“부산대냐 서울대냐, 불필요한 논쟁”

그러나 국가 의전서열상 총리급인 8번째 서열의 제1야당 대표가 습격당한 상황에서 본인과 가족 의사를 반영한 정당한 이송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 대표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다친) 속목정맥이나 동맥 재건은 난도가 높고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전원을 문제 삼는 행태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눌러앉아서 치료를 받았다면 정말 더 비상 응급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방해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부산대냐, 서울대냐 이런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지호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산대병원 측에 환자가 가족의 정신적 지지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주거지 인근인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검토를 요청했다”며 “정신적으로 지지해줄 가족의 간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게 위법하며,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사과해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영입 인재이자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 부회장도 특혜 시비와 관련해 “헬기가 뜨는 건 응급의료 체계 안에서만 운영된다. 이송하는 쪽의 부탁이 있고, 받아주는 쪽에서 수술이 가능해야 (헬기) 이송이 가능하다”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며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8번째 서열이고 그런 사람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 의사를 반영해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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