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보다 비싼 댕댕이 보험?…손보사 열 올리지만 갈 길 먼 펫보험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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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떠오른 펫보험…비싼 보험료에 가입률은 1%대
업계 “진료비 천차만별에 보험료·보험금 산정 어려워”
진료비 표준화 등 필요…수의사법 개정 등 장애물도

올해 손해보험사들의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반려동물 800만 시대가 열렸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약 1%에 그치면서 미래 먹거리로써 성장 가치가 높아서다. 하지만 반려인들 사이에선 비싼 보험료와 적은 보장 범위 등으로 가입을 꺼려하고 있다. 이에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 강아지의 모습 ⓒ 연합뉴스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 강아지의 모습 ⓒ 연합뉴스

실손보험보다 3배 비싼데…보장은 글쎄

8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기준 펫보험 보험료는 월 4만원에서 6만원 수준이다. 이들 상품은 주로 반려견과 반려묘를 대상으로 입·통원 의료비와 수술비 보상 등을 기본형으로 둔다. 여기에 상품별로 반려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슬관절, 고관절 탈구 등 특정 질환에 대한 확장 보장과 상해 보장 등 특약 여부에 따라 월 8만원까지 늘어난다. 아울러 반려동물 나이와 품종 등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반려견+반려묘) 개체 수는 799만 마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입양 비율도 2020년 이후부터 매년 10% 이상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추정 개체 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약 1.1%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가입률이 0.4%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했지만, 스웨덴(40%), 영국(25%) 등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반려동물 800만 시대를 맞이했지만 가입률이 1%대에 그치는 데는 높은 보험료과 한정된 보장 범위가 그 이유로 꼽힌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손해보험사 4세대 실손 의료 보험의 보험료 상단(만 40세 남성 기준)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를 시장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기본형과 비교해 보면, 사람 나이 약 39세로 환산되는 만 5세 말티즈의 보험료는 월 5만9940원이다. 펫보험의 보험료가 3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선택권이 적다는 점도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대다수의 펫보험 상품은 입·통원 및 수술 의료비와 같은 기본 요소 외에 자기부담률이나 보상한도 등이 비슷하게 구성돼 있다. 펫보험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 보험이 제공하는 보장범위도 큰 차이가 없다. 펫보험의 가입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1월19일 당시 정황근 농림수산축산식품부 장관(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19일 당시 정황근 농림수산축산식품부 장관(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료비 표준화·반려 동물 등록제 등 제도 선행돼야

보험업계에서도 보장 범위를 늘리고,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알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에 상품 설계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행 동물병원의 진료항목은 모두 비급여인데다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존재해 보험사 입장에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적절한 보험료와 보상한도를 산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반려동물 등록제가 정착되지 않은 점도 보험금 심사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동물 몸 속에 고유번호가 부여된 마이크로칩을 넣는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전체 등록률은 53.4%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개체 식별이 어려워 계약 인수심사 및 보험금 청구 심사 시 기존 병력 등을 확인할 데이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신청한 반려견이 실제 보험을 가입한 반려견이 맞는지 확인부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등록제나, 진료기록서 발급이 의무화 되지 않아, 상품 개발에 데이터가 부족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제도가 개선되고 홍보 효과도 더해지면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펫보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당국도 제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와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와 진료비 청구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달부턴 수의사가 있는 모든 동물병원에서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됐다. 보험업계 입장에선 진료비 표준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표준화가 되려면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실제 효과를 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 고시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이전에 걸림돌들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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