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든 태영, 뒤늦게 약속 이행…마지막 퍼즐은 사재 출연?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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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890억’ 지원…기존 자구안, 이제야 이행 시작
태영 “워크아웃 절차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호소
TY홀딩스 지분 등 산은과 협의 중…SBS 지분은?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태영그룹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압박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지주사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등 기존 자구안 관련 채권단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꺼져가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불씨가 되살아난 가운데 태영그룹은 오는 9일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추가 자구안에 담길 내용에 따라 워크아웃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TY홀딩스 지분 1133억원과 윤석민 회장 지분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 이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890억원’을 놓고 채권단과 태영 측은 판단은 달랐다. 채권단은 해당 금액을 기존 자구안에 제시한 것과는 달리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고 TY홀딩스의 연대 채무를 상환하는 데 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태영 측은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으로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에 찬성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태영은 이날 남은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태영 측은 해당 자금을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가 보유한 매각 대금 일부에 TY홀딩스 자금 등을 더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태영 측은 윤씨가 이번 경영 책임과 상관이 없다며 자금 마련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TY홀딩스는 아울러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 남은 자구안 이행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임할 뜻을 밝혔다. TY홀딩스는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도 빠른 시일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채권단이 태영 측에 확약을 요구한 사안이다.

태영 측의 태도 전환에 당국의 반응도 한층 누그러진 모양새다. 고위급 협의체인 ‘F4(Finance 4)’ 회의 후 정부는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채권단에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법정관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던 전날과는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워크아웃 개시를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날 태영 측이 발표한 사안은 이미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기존 자구안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채권단은 기존 자구안에 더해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TY홀딩스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계획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에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주사 지분 놓고 산은과 협의…9일 추가 자구안 공개

오는 9일 태영 측이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주 일가의 TY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TY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거론됐던 SBS 지분 매각 등은 방송법상 대기업 지분 제한,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의 제약이 있어 추가 자구계획에서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태영그룹은 윤 회장 등 사주 일가가 484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열사 매각 매금 중 중복되는 금액을 빼면 새롭게 추가되는 자금은 68억원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초 채권단이 예상했던 사재출연 규모 3000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라 채권단의 반발은 더욱 컸다.

현재 태영 측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 역시 추가 자구안을 도출해 남은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터라 가능한 폭넓게 태영 측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일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이 나올 경우 산은은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워크아웃의 방향을 논의할 전망이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서면 결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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