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 피난소서 첫 사망자 발생…‘폭설 속 강추위’ 고통 가중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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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소 생활 장기화에 지병 악화·피로·스트레스 원인으로 추정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8일 소방관들이 눈으로 덮인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AFP·지지=연합뉴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8일 소방관들이 눈으로 덮인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AFP·지지=연합뉴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강진 영향으로 피난소에 머무르던 주민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날 기준 16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 중 한 명은 와지마시 피난소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신문은 “와지마시 피난소 사망자의 자세한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피난소 생활에 따른 지병 악화와 피로·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하는 ‘재해관련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현재 이시카와현 내에서 피난소에 대피한 주민은 2만8160명, 도로 파괴 등으로 고립된 지역의 주민 수는 3345명에 육박했다.

노토강진은 한 해 가장 추운 시기인 새해 첫날에 발생해 직접 피해도 컸지만 이후 찾아온 강추위와 폭설로 피난민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강진 최대 피해지인 와지마시와 스즈시, 나나오시 등에서는 전날 최저기온이 0도 안팎으로 내려갔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어진 가운데 적설량 10㎝를 넘는 많은 눈마저 내리면서 피난민에게 식량과 담요 등 필요 물자를 제때 전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일주일 이상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피로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다. 또 적지 않은 피난민은 피난소보다 더 생활 환경이 열악한 비닐하우스 등에서 일주일 넘게 단전과 단수 등을 견디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이시카와현 시카마치(志賀町)의 지진 피난소 가운데 한 곳인 도기소학교(초등학교)에서 피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이시카와현 시카마치(志賀町)의 지진 피난소 가운데 한 곳인 도기소학교(초등학교)에서 피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눈이 내리긴 했지만, 한겨울에 추위가 심한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은 최근 일본에서 유례가 없었다.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현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피난민을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으로 옮기는 ‘2차 피난’을 진행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노토반도 지진을 ‘격심재해’(특별재해)로 지정토록 지시하며 호텔·여관 등 유휴 숙박시설을 대여해 피난소로 활용하는 기준도 조정할 의향을 나타냈다. 이시카와현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현 안팎의 숙박업소를 2차 피난소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시카와현은 전날 2차 피난에 본격 돌입했지만, 눈으로 도로 상황이 더욱 나빠져 와지마시와 스즈시 등의 이재민에 대해서는 이를 연기했다.

지진 발생 이후 피난 생활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돼 목숨을 잃는 재해관련사는 이전부터 과제로 지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사망자 276명 가운데 붕괴한 건물에 깔려 숨진 ‘직접사’는 50명가량이고 재해 관련 사망자는 그 4배를 넘는 221명에 달했다. 재해관련사로 판정된 197명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는 약 80%를 차지했으며 지병이 있던 사람도 90%가량 됐다.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과거 재해에서도 직접사보다는 재해관련사가 많았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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